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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

 
수도권이 타 지역의 대학졸업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졸인력의 지역 간 이동특성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비수도권대학 졸업자의 31%가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한다. 지역대학 졸업자 10명 중 3명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산업기반이 잘 갖춰진 권역보다는 낙후된 권역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호남이 대표적인데, 이 중에서도 전북은 광주·전남보다 대졸인력 유출률이 5%포인트 더 높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출신의 출신지역 회귀율이다. 수도권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83%가 졸업 후 수도권 기업에 취업했다. 반면, 비수도권 출신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경우에는 무려 95%가 출신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했다. 대략 비수도권 출신 대졸인력의 절반가량이 출신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지역 학생들이 취업기반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시장경제사회에서 인구이동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발전을 견인할 우수한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사회란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 마땅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 하는 사회일 것이다. 유교의 이상사회로 대동사회(大同社會)를 드는데, '예기'예운편을 보면, 장년들은 쓰임이 있었고(壯有所用), 청년들은 할 일이 있었다(男有分 女有歸)고 기록되어 있다. 즉, 청장년에게 적절한 역할과 직업이 주어져있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는 말이다.

 

청장년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함으로써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좋은 사회로 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대졸 고급 인력이 지역 전문기업을 찾아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급선무이다. 지역산업의 고도화에서 관건은 지역대학에 달려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핀란드의 울루 등 지역과 국가발전의 중심에 지역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소명을 지닌 지역대학의 현실은 썩 밝지 않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여 대학붕괴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데도 정치권과 대학들은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대하고 있다. 대학 경쟁력 향상의 필수 조건인 재정지원도 OECD국가들의 절반 수준에서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역대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내줘야 할 지역사회와 올바른 여론을 조성해야할 언론은 오히려 수도권 선호의식을 부추기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우수 인재는 지역대학을 외면하고, 지역대학들의 경쟁력은 한 없이 추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요대학','명문대학'대우를 받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 앞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대학들조차도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렇게 수도권 집중현상이 강한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도쿄대학 외에 우리나라의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6개의 옛 제국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나왔을 정도다.

 

이제 우리도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역대학 발전방안'을 준비하는 등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다. 지역대학 경쟁력 제고는 대학 자체의 강도 높은 혁신과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 그리고 지역 사회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역의 발전에 달려있고, 지역 발전은 지역대학들의 경쟁력에 달려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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