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기부문화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고액 기부자들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미국의 기부 역사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65세가 되던 1900년,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던 자신의 철강회사를 5억 달러에 처분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막대한 자금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해 여생을 '위대한 기부자'로 평가받으며 국민적 귀감이 된 인물이다.
또한 동시대 카네기와 함께 선의의 자선사업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석유왕 존 록펠러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인생 후반기부터는 록펠러 재단과 시카고대학 설립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등 사회환원 사업에 앞장섰다. 그는 최고의 부자였지만 죽는 날까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선 돈을 아꼈다. 그의 기부 정신은 록펠러 2세에까지 대물림되어 '가문의 영광'이 무엇임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나눔 실천은 부자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의 기부철학을 계승해 빌 게이츠가 설립하고 워런 버핏이 거액을 출연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를 몰아내는 등 국가정부도 유엔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또 이러한 전통이 부자를 존경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분들이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해 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부 선도자가 우리 전북에도 있다. 매년 연말이면 어김없이 전주시 노송동에 남몰래 거액의 현금을 두고 가는 '얼굴없는 천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이처럼 나눔문화 확산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위대한 기부자들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런 이들의 용기 있는 선행과 실천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국형 기부 롤모델을 만들어 나가기위해 미국의 고액 기부자 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본으로, 지난 2008년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1억 원 이상 개인기부자 모임)를 창설했다. 6명의 회원으로 출발해 현재 141명의 기부자가 가입해 있다. 지난 달 전북에서도 제1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했다. 전국에서 농부 회원으로는 첫 번째로 가입한 이 기부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잘 살게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다짐을 벌써 십여 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사회지도층들의 모범적인 기부행위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기부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부토양에 다수의 건강한 개인기부문화가 뿌리내리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수필 '월든'의 작가이자 자연 속에서 청빈한 삶을 살았던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한 사회에 단 몇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사회 전체를 발효시킬 효모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 어떤 사회든 안정기반 위에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요즘 시대정신의 하나로 표방되는 나눔과 배려가 효모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나눔에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국가대표'가 필요하다. 이들이 이끌어가는 나눔의 정신이야말로 사회통합의 초석이자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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