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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간 논에 32세 농군의 한숨

강풍 맞은 벼에 백수현상…한해 농사 망친 전주 이준성씨 / "그래도 내가 돌아갈 곳은 흙"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 준비

▲ 30일 오전 전주시 성덕동 이준성씨의 논에서 이씨가 백수현상이 발생한 벼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하루도 쉬지 않고 농사지은 쌀인데…"

 

30일 오전 11시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전주시 성덕동 이준성씨(32)의 농지. 겉보기에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벼 이삭이 검게 말라 있었고 상당수는 하얗게 변해 있는 이른바 '백수현상'이 나타나 있었다.

 

백수현상은 이삭이 패는 시기에 강풍 등으로 벼가 흔들릴 경우 이삭의 수분이 빠져나가 잎이 하얗게 변한 뒤 말라죽는 증세로 강풍이 정상적인 수정을 방해해 이삭에 알맹이가 맺지 못하게 되며 침수나 도복 피해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통상 백수현상은 강풍이 지난 뒤 2~3일, 길게는 1주일가량 후에 나타나고 비가 내리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씨의 논에 있는 벼들은 빠르게 백수현상이 진행됐다.

 

이씨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논 90필지와 비닐하우스 10동이다.

 

이날 그는 '혹시나 내리는 비가 백수현상을 없애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논에 나왔지만 이미 하얗게 변한 벼들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농사만 짓고 있는 천직(天職) 농사꾼이다.

 

지난 2005년 결혼과 함께 부모의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그는 부모의 농사일을 돕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농사를 짓는 게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수차례 태풍, 가격폭락 등으로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농사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어떤 어려움이 와도 웃자'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친구 4명도 그를 따라 '청년 농사꾼'이 됐을 정도다. 공교롭게 그를 따라 농업에 뛰어든 친구들도 이번 재해를 피해가지 못해 그의 마음은 무겁다.

 

그는 "농사가 마음대로 되면 아무나 지을 수 있다"면서 "농사를 잘 지어도 가격이 폭락하면 갈아 엎어야 하고 이번과 같이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수확을 할 수 없다"며 타들어가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면서도 복구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벼는 수확의 기쁨을 볼 수 없게 됐지만 하루빨리 비닐하우스를 복구해 딸기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피해 면적을 복구하는 것이 힘에 부치겠지만 비가 그치면 본격적으로 복구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내가 돌아갈 곳은 흙밖에 없다"라며 무너진 비닐하우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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