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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인간의 타협

▲ 정 은 택
집안의 조그마한 강아지는 주인이 계속 애정으로 쓰다듬어주면 순하고 꼬리 흔드는 귀여운 강아지가 되지만, 주인일지라도 강아지에게 신경질적으로 발로 차고 박대하면 어느덧 그 강아지는 주인을 피하고 주인에게 짖어대는 거칠고 포악한 강아지로 전락한다.

 

사회의 대인 관계도 마찬가지이며, 집단과 집단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대부(God father)'에서 볼수 있듯이 뉴욕 마피아들 간에도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익 다툼에 의한 치열한 전쟁이 이루어지면, 패한 집단의 대부분은 압도돼 사라지나,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소수의 갱들은 기회를 기다리며 더욱 강한 갱들이 돼 언젠가는 역전의 상황을 만든다. 즉 건드리지 않으면 반격하지 않으며, 강력한 공격이 있더라도 살아남은 소수가 강하게 변화해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유사한 극단적인 경우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서 되새겨 볼 수 있다. 1967년 6일 전쟁이후 아랍은 더 이상 무력적 적수가 될수 없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압박은 더욱 더 심해져 갔다. 급기야 1972년 9월 독일 뮌헨의 올림픽 경기 도중 팔레스타인의 검은 9월단은 인질극을 벌려 이스라엘 선수 13명과 함께 모두 자폭하게되고 올림픽 경기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양자의 관계는 최악이 됐지만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 아라파트는 대화와 대결을 공히 구사하면서 소강 상태에 이르렀고 그에 따라 1994년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양손에 평화의 올리브 가지와 공격의 화살을 들고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의 올리브 가지는 놓지 않겠다" 고 했으나 그 후에도 대화와 대결은 반복된듯하나 지금은 다시 최악의 상태가 된듯 싶다.

 

이러한 관계 형성을 미생물과 인간이 만든 항생제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수많은 병균들은 질병으로서 인간들을 괴롭히며 자연사의 일부분을 이루어왔다. 그러다가 1946년에 이르러 페니실린의 출현과 함께 병균들은 소멸된듯하다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여 페니실린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다시 반합성 페니실린을 개발해 병균들에 타격을 가해 대부분의 병균이 다시 소멸됐으나 살아남은 일부의 병균은 또 다시 반합성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을 갖게돼 반합성 페니실린을 무용하게 한 듯했다. 다시 인간은 세파로스포린을 개발해 다시 반합성 페니실린 내성균들을 공격했으나 병균 역시 또 내성을 획득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이러한 과정중에 많은 항생제가 개발됐다가 다시 짧은 시간내에 내성을 가진 병균들에 의해 무력화 되기 일쑤였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면 많은 약한 균들은 없어지나 내성을 획득한 소수의 균들이 번식해 다수를 형성해 그 항생제를 무력하게 만든다. 아미노 글리코시드, 메이크로라이드, 퀴놀론 등의 수많은 항생제들이 나왔다가 잠시 후 힘을 잃고 다음 세대의 항생제에게 바통을 넘기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1946년부터 35년 정도 지속됐다.

 

그러나 198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강력한 새로운 항생제는 더 이상 개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존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들이 번식해 많은 항생제들을 무력화시켜 인간들은 다시 옛날처럼 감염질환에 시달려야 할것이다. 놀랍게도 1980년대 이후 감염질환은 전에 비해 크게 문제되지 않고있다. 인간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으니까 아니 개발하지 못하니까 미생물들도 더 이상 방어의 방법으로서 내성 획득을 잠시 멈춰 준 것일까 ?

 

원인이야 어쨌든 간에 최근 30년에 보여준 인간과 미생물간의 화해 즉 건들이지 않으면 반격하지 않는다는 법칙이 적용된 것일까?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과 미생물간에도 화해와 조정이 가능한데, 말이 통하는 인간들끼리 화해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해결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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