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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인 수급 대책

정성후 전북대병원 원장

필자가 의사로 30여년 지내면서 의료계의 많은 변화와 흐름을 경험했지만 요즘처럼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 거점 병원의 의사 수급이 어려운적은 없었던거 같다. 의료 수준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려면 계속적으로 우수한 젊은 의료인이 길러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지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병원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십수년만에 인턴채용에 경쟁이 생겨났지만 대체적인 지역의 여건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필자가 의과대학에 들어갈 당시에는 고교 자연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비교적 대우가 좋고 미래가 보장된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때에도 의과대학은 자연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했던 대학이지만 요즘과 달리 여타 대학들처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하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현상들은 1997년 IMF를 겪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수한 과학자나 기술자가 되어 이공계 분야에 많은 공을 세웠던 이들이 IMF로 인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당시 이러한 현상은 공대나 자연대로의 진학을 꿈꾸던 많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이들의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전문직 선호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게 되면서 의료계의 발전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지역을 가리지않고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즉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전국화 내지는 수도권화가 되었다.

 

실제로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대다수가 졸업 후 인턴이나 레지던트지원을 위해 자기 출신지나 수도권 등 대도시로 되돌아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지역에 남아 지역의료를 책임져야할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각 진료과의 전공의 수급이 어려워 지는 것은 물론이고 힘들고 어려운 소위 3D과에는 지원자가 수년째 아예 없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병원이 환자들에게 제대로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의대냐 의학전문대학원의 체제문제 뿐만아니라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역에 남아 지역의료를 이끌어갈 신진세력의 양성이 어렵다는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료를 살리려는 의료인재 지역할당제 같은 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 시행과 힘든 기피 진료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장기적이고 실효성있는 여러 가지의 정책적 배려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우수 의료인력의 수급이 어렵다면 지역민들에 대한 양질의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지역민의 의료 욕구도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의 욕구와 다를 바 없다. 우수한 지역 의료인 양성은 국민의 보편적인 행복을 위한 선결과제다. 시장 원리에만 맡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우수한 인재들이 적절하게 각 지역에 분포되어 지역간의 균형적 국가발전을 견인하고 또한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에 머무르며 지역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정책 입안자들과 우리 의료인이 고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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