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가득한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 다룬다면 더 좋은 세상 될텐데…
흐드러지게 핀 꽃 위에 때 잊은 눈이 내려 배 농사를 망쳤다고 과수원 안주인의 한숨이 깊다. 50여일 만에 내각을 꾸렸지만 대통령의 외로움과 근심은 헤아릴 수가 없다. 정치력과 소통 부족으로 당 정 간, 여 야 간 관계가 밀월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역시 정치는 삼류인가 보다. 정권 파트너가 되어야 할 야당은 아직도 대선패배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가관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수행에도 서로 엇박자를 튕기고 있다. 핵카드를 들고 연일 헛소리를 날리고 있는 철부지들 또한 이 봄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종북세력의 돼 먹지 못한 행태가 몹시도 짜증스럽다. 금방이라도 핵이 날아올 것 같은데 국민은 전혀 동요하는 기미가 없으니 어찌 보면 이 또한 슬픈 일이다. 미국과의 핵협상은 진전이 없는데 2016년이면 핵쓰레기대란이 온다니 걱정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우리 주력수출업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걱정되는 일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아름다운 사람이 꼭 필요한 오늘이다. 아름다운 사람, 향기 나는 사람이 정치도 하고 경제도 운영한다면 세상은 봄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울텐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나서 오순도순 만들어가는 세상은 우리가 다 같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끊임 없이 창조해 나가고 진화를 위하여 끊임없이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좋은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인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우리는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게 된다. 학연 지연 혈연을 따져서 자꾸만 내편으로 만들고자 한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데 우리는 참 이상한 단면이 있다. 전북을 고향이라고 주장한 새 정부 모 장관을 기어코 전북인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넌센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아니라고 해도 조그마한 꼬투리만 있으면 우리 편에 끌어드려야할 판인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전북인이 아니라고 했던 장관이 민감한 현안 문제를 놓고 딴 소리를 한다고 해서 보통 섭섭해 하지 않는 모양이다. "선거공약은 선거가 끝나는 날 무효"라는 말도 있으나 그렇게 책임지지 않은 풍토가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 정치는 계속 삼류일 수 밖에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째서 한결 같은 염원을 보낸 일 치고 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진실한 꿈은 실현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의 염원이 진실하지 못했단 말인가. 아니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해가 있음을 몰랐던 것일까.
자태는 아름다우나 향내가 없는 '글라디오라스'도 아름다움의 찬사를 받는다. 꽃향기가 없지만 자태만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꽃으로 행세를 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를 않다. 향기가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라는 얘기는 바로 향기를 남기라는 뜻이다. 꽃향기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가 온 누리에 가득하여 봄이 왔으되 봄 같지를 않다는 서글픈 탄식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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