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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농촌봉사의 달

기념일 많은 5월 가족·직장행사를 농촌 일손 돕기로

▲ 김창수 전북농협본부장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이다. 시인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오월은 겨우내 움츠렸던 모든 생명이 활짝 피어나 산과 들이 푸른 신록으로 무성해진다. 철쭉이 꽃 바다를 이루어 산기슭에 퍼지고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흩날려 계절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편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에서의 오월은'남녀노소가 농사일에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고요한 가운데 사립문이 녹음 속에 닫혀 있다'고 했다. 농촌의 오월은 예나 지금이나 농사일로 가장 바쁘고 고된 시기다. 한 해 농사의 반이 이뤄진다. 못자리 설치로 본격적인 벼농사가 시작되고, 씨감자와 씨고구마를 밭고랑에 묻어야 한다. 고추, 수박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어야 하고, 콩, 참깨 파종을 해야 한다. 과일은 꽃따기를 해야 된다.

 

이렇듯 바쁜데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 1980년대까지는 200만호가 넘던 농가수가 1990년에는 177만호, 2000년 138만호, 급기야 작년에 115만호로 20여년 새 반절이 줄었다. 또 농가경영주 65세 이상 비율은 1990년 18.3%였던 것이 작년에는 51.3%로 크게 늘어 2명 중 1명이 환갑을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다. 이제는 알음알음 놉을 얻어 일손을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어느 시인의 글귀처럼 촌은 쓸쓸하다.

 

그나마 다행이도 행정, 기업,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농촌 일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일력알선을 하고 있으며, 때론 직접 논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기업은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연중 적기에 일손을 돕고 있다. 각종 사회단체들은 미용, 이발, 장판 도매 등 재능 특기 봉사를 하기도 한다.

 

농협은 2010년 3월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현재까지 약 30만 명의 사회봉사대상자를 농촌에 일손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약 10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 중 전북에는 5천여 명이 지원될 예정이다. 또 이달 중으로 각 시군지부에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설치 운영한다. 농촌일자리 참여자에 대한 일손 중개, 자원봉사 알선 중개,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인력 지원, 농촌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알선 중개 등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각 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인력공급이 계절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인력수급이 늘 불안정하다. 현재 부족 인력은 소규모 민간 인력시장을 통해 공급받고 있으나, 과도한 알선수수료의 부담과 작업 시 발생하는 상해에 대한 보장대책이 없어 농촌인력 공급에 차질을 빗고 있다. 근본적인 농촌인력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은 제도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에 앞서, 온 국민이 바쁜 영농철 만이라도 농촌 일손을 덜어 주길 희망한다.

 

바깥나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따뜻하고 밝은 기념일이 이번 달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가족행사, 직장 야유회 또는 체육행사, 각종 워크숍 등도 대부분 이 때 이뤄진다.

 

이러한 바깥나들이를 농촌과 연계하면 어떨까? 농촌 일손을 거들고 난 뒤의 농주 한 사발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땀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번 달에는 꼭 고향 부모님을 찾아뵙자. 아이들에게 가족과 농촌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농촌에 재능기부를 하자.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농촌은 쓸쓸하지 않고 웃는다. 오월은 농촌봉사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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