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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자리, 도지사의 자리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 도민을 위하는 도지사 자리보다 사람이 중요

▲ 안홍엽 필애드 대표
"대통령 못해먹겠다." 비록 오해는 있었을지라도 탄핵의 단초가 되기도 했던 이 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자리인가를 말해준다. 본의가 왜곡되어 국민에게 전달된다 해도 꼼작 없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 자리다. 이번 윤창중 사건으로 대통령은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났을까. 이 작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따위 짓거리를 했을까 짐작이 가질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미리 정해진 일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도 정신감정 얘기는 거론도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래도 윤창중을 정상인으로 보는 것 같다. 만약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면 어떤 면에서 이번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모종의 음모는 없었는가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쨌든 임명권자로서 박대통령은 유구무언의 처지가 된 셈이다. 서둘러서 사과 성명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역사적인 외교성과를 거두고도 국민에게 보고조차 못하는 박대통령의 마음은 시쳇말로 홍어속일 거다.

 

대선이 끝난 뒤 김동길교수는 "감격스럽다"며 한마디 했다. 강하게 보이지도 않고 사납게 보이지도 않고, 그저 여성답기만 한 한 여성이 대통령이 된 것은 가히 한국사의 '기'라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 온 박대통령 찬가는 '이 나라 이 민족 소원 이뤄줄 당신은 여자 대통령' '당신이 좋아 사랑할래요 누나 같이 포근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토록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고독한 자리요 힘 든 자리다. 사나운 이리 앞에서도 포용의 미소를 지어야 하는가 하면 한잠 이루지 못한 긴긴 밤을 어려운 결단을 위해 지 새야 하는 자리다.

 

타는 가슴을 식힐 겨를도 없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갖가지 현안들을 한 가지도 놓치지 않고 눈 여겨 귀 여겨 듣고 보아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곧 바로 현장을 돌아보는 대통령의 얼굴에서 피로와 외로움이 역력하다. 지방정부 순시도 머지않아 이루어져야 한다. 전주에 오는 길에는 뉴욕동포 간담회 때 입었던 한복을 꼭 입고 왔으면 좋겠다. 대통령과 육영수여사를 함께 보는 느낌일 것 같아서다. 1974년 8월 15일 방송에서는 영부인의 서거를 전하면서 '국모'라는 호칭을 썼지만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였던 전북이다.

 

전주에 오면 꼭 약속하거나 확답을 주어야 할 게 많다. 20년을 끌어오면서 겨우 방조제를 지어 놓은 새만금공사는 언제 끝내 줄 것인가? LH대신 주겠다던 기금운용본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북의 성장 동력이 될 식품크러스터와 탄소벨리 지원은? 그리고 휑하니 바람만 스치는 혁신도시는? 도민으로서는 절실하다 못해 애절한 현안들이다. 그 동안 전북도민은 엄청난 상실감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지사는 어느 장관의 말을 빌어 도민들의 패배감과 좌절감을 서운해 했다. 인구가 천여 명 늘고 성장률이 전국평균을 웃돌았으니 자부심과 자신을 갖고 미래를 확신하자고 하지만 자칫 공허한 얘기일 수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을 김 지사는 어떻게 활용할지도 지켜 볼 일이다. 5조원 예산시대를 현실적으로 구가하려면 지사의 정치 행보도 혁명적인 파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에 결코 못지 않는 지사의 자리가 일신상의 안위나 영달에 묻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웬만한 문제쯤은 덮어주기도 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자리가 지사의 자리다. 도지사와 도민은 마을 이장과 주민의 관계와 같이 가깝고 친근해야 하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선 국회의원도,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그리고 현역의 3선도전도 신중하게 회자되는 모양이다. 자리보다도 사람이 문제인 지금이다. 그래서 사람을 뽑아 자리에 앉히는 국민의 의무도 자리만큼이나 무겁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갑을관계 논쟁에서 지사의 자리와 도민의 자리 값을 분명히 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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