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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지 못한 사회

불공정 행위 반복땐 단순한 거부가 아닌 국민들이 응징 나서

▲ 황경수 민주주의 3.0연구소 준비위원
경제학에서 많이 알려진 최후통첩 게임 (ultimatum game)이 있다. 최후통첩게임은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나누자고 제안하고, 다른 플레이어가 동의해야만 성립하는 게임이다. 협상은 없다. 게임은 단 한 번에 끝난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어느 플레이어도 돈을 갖지 못한다.

 

이 최후통첩게임에 대한 실험은 여러나라에서 행해졌다. 분배 비율이 50:50인 경우는 대략 양쪽이 다 만족했다. 분배 비율이 70:30인 경우에는 제안이 거절되어 양쪽 모두 돈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위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설이 적용되지 않았다. 돈은 갖지 않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갖는 것이 낫다는 것이 현대 경제학의 이론이지만, 인간은 반드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남과 비교하며, 상대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행동할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하려 한다. 공정성 때문이다.

 

이번에는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를 상대로 공정성에 대한 심리 게임을 하였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우선 암컷 거미원숭이들에게 장난감 돈의 사용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을 내지 않고도 맛있는 포도를 받았지만, 두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을 내고서도 맛없는 오이만을 받았다.

 

그러자 두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은 물론 오이까지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첫 번째 원숭이가 돈도 내지 않고 더 맛있는 포도를 받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공정성에 대한 감정적 반응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인간은 물론 원숭이들의 공정성에 대한 반응이 본능적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불공정한 행위가 반복해서 지속되면 단순한 거부의 행태에서 벗어나 응징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다. 저항과 혁명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가 그걸 웅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심각하고 불공정한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 개입 의혹을 넘어 서울경찰청의 외압과 증거 자료 인멸 시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 대선이 과연 공정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설혹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여당의 후보라는 점에서 지난 대선은 공정하지 않은 선거결과였다 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다. 검찰의 국정원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만약 국민들의 의혹을 씻어내지 못하고 어중간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끝낸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국론은 분열될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불공정한 결과를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저항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이 이번 사건을 그냥 덮어만 두고 가려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이런 판단이 얼마나 큰 오판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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