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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병원비 2만원 없어 빈차털이

10대 절도범 안타까운 사연에 익산경찰 온정의 손길 내밀어

어머니 약값 마련을 위해 부득이하게 차량을 턴 한 절도범 소년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 온정의 손길을 내민 경찰관들의 감동 스토리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13일, 익산경찰서 강력계에 주차된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한 소년이 절도혐의로 붙잡혀 왔다.

 

이 소년은 여느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고개만 떨군채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던중, 경찰관들은 조사과정에서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 군(17)의 범행 동기가 "어머니 약값 마련 때문이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게 됐다.

 

김 군은 심근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성인병으로 앓아 몸이 편찮은 어머니, 중학교 2학년 여동생 등과 함께 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김 군의 가정은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루 하루를 어렵고 힘들게 겨우 살아가던 중 김 군은 어머니로부터 "병원에 가려는 데 혹시 2만원 있냐"는 말을 전해 들었다.

 

김 군은 병원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그런 어머니가 너무 안쓰러워 그 길로 집 밖을 나섰다.

 

어머니에게 줄 병원비 마련을 위해서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돈 2만원 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김 군은 결국 해선 안될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들을 상대로 빈차털이를 하기로 한 것.

 

김군은 익산시 모현동의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김 모씨(54)의 승용차에서 현금 2만원을 훔쳤다. 또 주위에 세워져 있던 차량 3대에서도 2만8천원을 더 훔쳤다. 김군은 병원에 가라며 훔친 돈을 어머니에게 주었다.

 

하지만 김군의 범행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덜미를 잡혔다.

 

범행 9일만에 경찰에 붙잡힌 김군은 조사 과정에서 일순간 눈물을 터뜨렸다.

 

"돈을 왜 훔쳤느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가정형편을 소상히 얘기하다 감정이 복받친 것이다.

 

경찰관들도 사람인지라 김군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렇지만 법적 처벌을 피하게 할 순 없는 상황 이어서 김군은 이튿날 수순대로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대신 박성구 형사과장를 비롯한 강력계 형사들은 이날 김군의 집을 직접 찾아가 마음을 담은 쌀과 라면, 화장지 등을 전달했다.

 

익산경찰서 백남주 강력계장은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경제능력이 없는 어린 김 군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절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면서 "죄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범죄로 내몰린 어린 소년을 그저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익산경찰서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김군의 가족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김군이 또 다시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김군과 결연을 맺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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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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