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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시장이 경쟁력이다

▲ 전정희 국회의원
어느 지역을 여행할 때, 그 지역의 시장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시장은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생활수준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보면, 그 지역 사람들의 속살과 맨 얼굴을 만나게 된다. 가식적이지 않은, 질펀한 목소리들이 그곳에 있고, 삶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난다. 시장에는 또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살아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간 시장에서 우리는 낯선 세상을 경험하곤 했다.

 

전통시장 마트에 밀려 겨우 명맥 유지

 

그런데 오늘날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SSM, 변종SSM이 밀고 들어온 유통시장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이다. 급속한 시대변화 속에서 점차 빛을 잃어가는 전통시장을 지켜내려고 정부는 지난 10년간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래시장은 재벌 대기업 소생들과 생존을 건 한판 결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국회에선 대형마트를 규제해서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를 둘러싸고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소송이 있어왔고 아직도 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통시장의 부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다가 전국에서 유명한, 이른바 '잘 나가는' 전통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았다.

 

4월부터 시작한 전국 전통시장 투어는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8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재래시장의 희망을 만났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문화, 끼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재래시장들은 여전히 활기가 있었고, 도회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신토불이의 먹거리와 향수 어린 음식들, 거기에 갖가지 문화적 요소들이 곁들여지면서 재래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관광명소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강원도 정선의 오일장은 지난해 35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관광의 별'쇼핑부문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남 곡성은 중단된 철로에 증기기관차를 운영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었고, 관광객들을 향토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정남진 장흥은 8년 전 국내 최초로 토요시장을 개설해 '한우 삼합'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의 식객들의 발길을 정남진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밖에 양평 5일장,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 동문시장, 전남 보성 향토 시장 등 전국의 유명 전통시장도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지등 관광지와 연결되어 있어 전통시장이 관광명소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정선 오일장·장흥 한우삼합 명소로

 

전국의 유명 관광지와 더불어 재래시장은 전통적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역사성, 향수, 고향의 내음과 잘 버무려서 독창적인 상품들로 재창조해내고 있다.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만이 아니라 재미가 있고, 과거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고, 푸근한 고향의 품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장터가 된다면, 시장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곳이 될 수 있다. 대형마트가 채워줄 수 없는 그 어떤 것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춘 재래시장이 된다는 것, 그것은 독창적인 문화와 더불어 가능해질 것이며, 규격화되고 메마른 유통시장의 틈바구니에서 그 희소가치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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