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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검인정 권한 지방정부로 이관해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착오·반민주적 발상 국가권력 개입 최소화를

▲ 신명국 원광학원 이사장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를 배워왔지만 정작 우리 고장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한다. 역사 시간에 우리지역 즉 전라북도나 호남지역의 역사나 인물, 그리고 중요 사건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

 

예를 들자면 조선왕조에 있어서 전라도의 지위나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식민지시기 이 지역의 3.1만세운동이 어느 고을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었고, 지역 독립운동가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었다. 더욱이 마한이나 백제사는 물론이고 지역의 사상이나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이나 전통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역사교과서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 역사교과서가 지역사에 비중을 두지 못한 이유는 중앙정부 중심의 역사편찬 제도 때문이었다. 우리 역사는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오랫동안 이어왔기에 역사편찬도 중앙정부 중심, 지배권력 중심의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역사책이 『삼국사기』나 『고려사』 이다.

 

이 책들은 고려와 조선왕조 개창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 왕조 말기의 부패와 모순을 확대 해석함으로써 자신들의 쿠데타를 정당화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이러한 전통은 그대로 이어져서, 정부는 국정으로 된 역사교과서를 통해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유지해 왔다. 더욱이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제도는 그대로 존속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역사인식과 지방사 교육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중앙정부 중심의 역사교육은 지역사 교육의 부진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사에 대한 전문연구자의 부족을 가져왔다. 지금도 각 지역의 지방사나 향토사 연구가 대부분 전문연구자나 역사교사들이 아닌 ‘향토사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맡겨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다행히 90년대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역사교육에 커다란 변화가 왔다. 즉 교과서 제도의 검인정제로의 전환으로 인하여 일선학교 역사교사들이 역사교과서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역사인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역사교육의 민주적 발전이었다.

 

그러나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 사태의 핵심은 이 책이 해방 후 지배 권력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역사 서술이라는 점에 있다. 이에 더해 현 정부가 이 교과서를 지지·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다시 국정교과서 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 만 아니라 역사교육의 퇴행을 가져올 반민주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지금 우리는 교육부가 독점하고 있는 교과서 검인정 권한을 지방교육청으로의 이관을 검토해야 할 시기이다. 역사교과서 편찬권의 지방정부 이관은 국가권력의 역사교육에 대한 개입 여지를 축소시키는 한편, 역사교육의 자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사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 전문 연구자를 양성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역사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역사교과서 편수권을 지방으로 이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역사교육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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