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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졸업식, 두려운 졸업식

▲ 정세균 국회의원
졸업시즌이다. 국회의원에게 졸업식은 빠질 수 없는 행사 중 하나다. 필자 또한 틈나는 대로 졸업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상장을 수여하고 덕담을 건넨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졸업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은 본격적인 입시경쟁으로 향하는 관문이 된지 오래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비싼 대학등록금이, 대학졸업식은 취업대란이 뒤이어 기다리고 있다.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행복하지 않은 교육 때문에 대한민국 졸업식은 심적, 물적 부담을 등에 짊어진 통과의례가 됐다.

 

사교육 더 강화시키는 입시 정책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한해 20조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2030세대 10명 가운데 4명은 직장을 구하기도 전에 빚을 지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취업이라도 잘 되면 빚을 갚기 수월 할 텐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8.7%에 이른다. 취업포기, 졸업유예,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취업을 미룬 학생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개혁은 모든 정권을 통틀어 늘 중요한 국정과제였다. 각종 대책과 공약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박수를 칠만한 교육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입시제도는 사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로 변질됐고,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학은 세상의 변화에 걸 맞는 인재배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고, 기업은 청년들에게 과도한 스펙을 요구했다. 또한 국가는 청년실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지 못했다. 때문에 요즘의 졸업식은 학교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 단계 높이 도약하는 계기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

 

교육만큼은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하고 이상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학생들의 삶에 기여하는 교육,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여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기보다 획일적인 시스템을 통해 모두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해 자녀교육으로 빚을 지게 된 에듀푸어(edu-poo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대학진학을 앞둔 졸업생들에게 가장 값진 선물은 반값 등록금이다. 초·중학교 졸업생들에게는 선행학습 계획이나 입시학원 스케줄이 아니라,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커리큘럼과 쾌적한 학교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 오래도록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교육개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복지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교육복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입시제도의 변화만 가지고 교육을 바꿨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시대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이다. 교육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졸업식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밝다. 그런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선물을 주지 못하고 덕담으로 대신하는 필자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많이 늦었지만 내년에는 한결 나아진 교육환경과 저비용이라는 선물을 들고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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