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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라는 미신

변호사개업 금지법 등 제도적인 장치 강화로 사법 불신 해소 시켜야

▲ 유길종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지난 5월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가 지명 6일 만에 사퇴했다. 그가 5개월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16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세론(世論)은 그 수입이 전관예우 탓이고 전관예우를 받은 사람이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가 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 전관예우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였다”고 말했지만, 여론이나 일반인들의 정서는 싸늘했다.

 

필자가 법조계에 입문한 1990년대 초에도 전관예우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이 전관예우인 점에 이론이 없었고,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한 여러 조치도 계속되었다. 변호사들의 판사실 출입을 제한하고, 양형기준제를 실시했다.

 

전관이 안 생기게 하는 방안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법관들로 하여금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여러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판사나 검사가 퇴직 후 1년 동안에는 최종 근무지에서 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그 탓인지 개업을 하는 판사들의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논란은 지겹도록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판사가 전관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주는 그런 전관예우는 요즘 없다고 생각한다. 현직 판사들은 물론이고 다수의 변호사들도 그런 전관예우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젊은 변호사들을 대변하는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는 요즘 보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젊은 변호사들이 증거를 신청하면 잘 받아주지 않으면서 전관들의 증거신청은 대부분 받아주는 등으로 절차에서 차별을 한다는 불만이 가끔 나온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젊은 변호사들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오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판사들이 실제로 전관과 전관이 아닌 변호사를 차별하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를 찾기 어려움에도, 의뢰인들은 전관들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를 품고 전관을 찾는다. 전관이라면 능히 재판결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관이 의뢰인들의 그와 같은 기대에 편승하거나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십분 이용하여 과다한 수임료를 요구함으로써 의뢰인과 그 전관 사이에, 법정 안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전관예우라는 미신이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내용을 묻지 않고, 그 수입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전관예우의 결과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관예우가 법정 안이건 법정 밖이건 주로 형사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이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내용을 묻지 않고 바로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송가액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민사사건을 선임하였다면 수억 원의 수임료도 적정한 수임료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전관예우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전관예우의 미신이나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그 정점에 있는 것은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법관은 법관으로서 최고로 명예로운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있던 분들이 퇴임 후 전관예우의 의혹을 받아가며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다. 조무제 전 대법관이나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이 대법관 퇴임 후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는 등의 일을 하고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분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법을 만들어 그분들에게 충분한 예우를 하는 대신 변호사개업은 금지해야 한다. 그것이 전관예우의 미신을 없애고 사법 불신을 해소할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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