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방산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24일에는 감사원 산하에 감사원·검찰청·국방부·국세청·관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등의 요원이 대거 참여하는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이 발족한 상황이다.
군의 비밀주의·폐쇄성 극복 절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 드라이브는 매우 석연치 않다.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등 이명박정권이 저지른 예산 낭비와 정책실패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전임 정권의 실정을 청산하는 대신 국면 전환용 카드로 방산비리 수사를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쌓이고 있다. 실제 검찰 주변에서는 제대로 준비도 안된 체 “청와대가 등을 떠밀어 억지 춘향이 격으로 하는 수사”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방산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방위사업청을 해체하자는 여당 일각의 주장은 더욱 문제다. 방사청 해체는 한마디로 군피아들이 아무런 견제와 감시도 없이 무기도입사업 전반을 마구 주무르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퇴행적 주장이다. 지금도 무기의 소요 제기, 도입과 생산, 검증과 평가에 이르는 방위사업의 전 과정이 군에 장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사청이 도입과 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견상의 일로 속으로 들어가보면 모두 군이 책임지고 있다. 방사청 문민화를 통해 내부의 감시와 견제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내내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며 전 방위적인 사정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전무했다. 소도둑은 방치되었고 힘없는 바늘도둑만 고초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가 방사청 해체를 시도하면서 조직의 발전보다 개인의 생존이 우선시되었고 방산비리는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방산비리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사정기관의 수사와 감사에만 맡겨둘 수 없다. 방산비리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한 핵심적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정조사는 방산비리를 키워온 군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이다. 헌병의 상세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28사단 윤일병 사건은 군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은폐되어 왔다. 방산비리도 마찬가지다. 비밀에 가려진 비리의 실상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국정조사는 군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넘어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방산비리의 깃털이 아닌 몸통에 집중하기 위해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사정기관은 숙명적으로 성역에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섣부르게 성과를 내려는 유혹에 깃털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정책실패의 책임자, 비리의 몸통에 집중하도록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은 국정조사의 또 다른 필요성이다.
구조적 문제 파헤쳐 예방대책 세워야
끝으로, 방산비리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국정조사는 필수적이다. 수사와 감사라는 외과적 수술만으로는 방산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야 정책적, 제도적 대안도 마련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방산비리로 출동하지 못한 ‘통영함’을 보며 국민 모두는 ‘국방은 안보이자 민생이다’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방산비리 국정조사는 안보는 물론 민생을 지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