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3:5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공감 능력 기를 수 있는 교육

정교한 사회 만들려면 융합적 교육과정 통해 협력·상생능력 키워야

▲ 나의균 군산대 총장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우리사회의 공감능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은 인간생존의 기초이고,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공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우리 사회는 SF영화에서나 보던 감정이 사라진 무자비한 고도물질사회가 되거나, 점차 퇴보해가다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지만, 공감 없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사회적 지능은 다른 사람,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고, 다른 말로 서로 공감한다는 것이다.

 

헬렌 켈러 이야기 중에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두 살 때 귀와 눈이 멀게 된 헬렌은 어느 날 우물가에서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새롭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스승인 셜리번은 그때의 경험을 한 편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펌프로 갔다. 나는 펌프질을 하며 헬렌에게 컵을 아래쪽에 대게 했다. 찬물을 길어 컵을 채웠을 때, 헬렌이 내민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썼다. 손바닥 위로 떨어져 흐르는 물의 차가운 느낌과 직접 연관된 물이라는 단어가 아이를 놀라게 한 모양이다. 아이는 컵을 내려놓고 뿌리박힌 듯 우뚝 서 있었다. 아이는 물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 그리고는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펌프와 울타리에 대해서 물었다. 다음에는 몸을 돌려 내 이름을 물었다.”

 

살아있는 체험과 공감이 가지는 확장력에 대해 이 보다 더 좋은 예시는 없을 것이다. 요즘 창조경제를 짊어질 창조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창의와 혁신이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최고덕목이 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창조적 인재란 실용성과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 문화를 접목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예술, 문학, 정치, 법, 경제 등 사람이 만든 것은 무엇이든 문화가 된다.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불우한 이웃에 대한 사랑은 불우한 삶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하고, 위대한 예술에 대한 사랑은 근원적 삶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며, 자연에 대한 각성은 존재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헬렌 켈러가 우물가에서 경험했던 것 같은 존재에 대한 낯설고도 강렬한 공감의 순간은 한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변곡점이 된다. 현 교육 시스템에는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에 잠재된 공감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공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정교하고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양을 쌓고 상식을 늘이는 인문교육이 아니라, 여러 부문에 걸친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타자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상생할 줄 아는 공감능력을 기르는 확장된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