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만큼 중요한 원칙 도덕적 비난 어렵다면 법으로 처벌해선 안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관련 법률을 처음 제안한 지 4년, 정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간 지 17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법안은 그동안 제정된 관련 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부패방지법이다. 현행법이 공직자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모두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면, 새 법안은 특정인에게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그 명목이 무엇이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바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거 여부를 불문하고 직계혈족이나 형제자매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도 과거에 없던 규정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 몇 가지 논거를 들어 ‘부패방지’라는 애초의 법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 등이 위헌 요소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느 편에 서있는 비판이건 간에 매우 지엽적인 부분을 가지고 논란을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철학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핵심적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법조인의 입장에서, 또한 한때 입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지켜야 할 형사규범 중에는 ‘법’이라는 규범도 있지만 ‘도덕’이라는 규범도 있다. 법규범이란 도덕규범을 위반하는 행위 중에서 위반 시에 국가권력으로 반드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규범위반 행위만 골라서 정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법학 교과서에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가르친다. 더 쉬운 말로 다시 표현한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라면 법으로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다.
이제 막 공무원이 되어 100만원을 받은 ‘김영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악법도 법이니 청년 ‘김영란’에 대해서 ‘김영란법’을 적용해서 처벌하고 파면시킬 것인가? 아마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도덕 감정이 그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년 ‘김영란’은 이미 발효된 ‘김영란법’에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비난하기 어렵지만 실정법을 어긴 죄’로 형사 처분되고 파면될 것이다.
이런 실정법을 ‘위헌인 법률’이라고 한다. 위헌인 법률은 결국 법도 아니다.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명분만큼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법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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