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허무감 등 심리적 증상에 두근거림·두통 등 신체 이상도 / 기 소통·명상 요법 치료 효과적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에서 보이는 질환 중 하나가 화병(火病) 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특히 열이 오르고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증상이 있을 때 흔히 화병이 있다고 말한다.
화병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오랜 시집살이를 해온 며느리에게서 생기는 병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생활방식이 변화된 현대사회에서 화병은 남편과 자녀·경제적 문제로 인한 주부의 화병,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직장인의 화병,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생들의 화병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화병의 증상, 예방법 등을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락형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화병이란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의 줄인 말로 여기서 울이라는 것은 풀리지 않고 쌓인다는 뜻이고, 화는 불과 같은 증상이 있다는 뜻이다. 즉 화병은 억울함과 분함 같은 감정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고 쌓아두는 시기가 있은 이후에 화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병을 말한다.
화병은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신의학적으로는 분노증후군 혹은 분노장애라고 할 수 있다.
△진단
화병의 진단은 증상과 병력에 대한 면담과 자율신경기능, 기혈순환과 관련된 몇가지 검사들, 관련 질환에 대한 병리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화병의 핵심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힘, 치밀어 오름, 열감, 목과 가슴에 덩어리가 있는 느낌, 억울하고 분함, 마음속 분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4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화병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두통이나 어지러움, 입마름, 식욕부진 등의 신체증상을 보이며, 쉽게 놀라고 잡념이 많으며 우울감 또는 허무감, 한숨, 마음의 한 맺힘 등을 보인다.
△화병의 유형
화병 환자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경우는 주부 화병인데, 오랜 기간 남편으로부터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50대 여성에서 보이는 병이다. 오랜 마음의 고생을 하다가 50대가 되면서 화를 조절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경우이다.
청소년들은 성인들 못지않은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살아가는데, 최근의 조사들은 청소년에서 화병을 비롯한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생활에서 가지는 스트레스,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거나 실패하면서 가지는 경험들, 학업과 친구, 부모와의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들로 학생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르며 가슴이 답답하고 화를 폭발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현대사회의 직장인은 과거보다 높은 강도의 직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는 시대이다. 직장에서의 많은 스트레스와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건이 없는 환경에서 직장인의 화병이 늘어가고 있다.
△치료
화병은 다양한 신체증상과 복잡한 심리적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동안의 쌓이고 꼬인 억울함과 분함을 풀어야 하고, 다양한 신체증상들을 치료해야 한다.
화병의 개념은 한의학에서 화의 병리에 근거한 것으로, 기를 소통시키고 화를 조절하는 한의학에서의 치료들이 화병에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의 화병의 치료는 화를 없애는 치료와 몸에 쌓인 스트레스로 인한 뭉친 기를 순환하는 치료, 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인체의 기운을 조절하는 치료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치밀어 오르는 화는 침이나 열을 내리는 한약으로 조절하게 되며, 명상을 포함한 정신요법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치밀어 오르는 기운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김락형 교수가 말하는 화병 "담백한 음식·차 마시는 생활습관이 도움"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락형 교수는 “화병 환자가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증상은 긴장이 이완되지 않고 지속되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면서 “복식호흡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가슴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으며,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에 평소의 80% 정도만 숨을 들이쉬며 길게 내쉬는데 가능한 끝까지 내쉬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담백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화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소화가 잘되는 음식, 매운 음식보다는 간이 덜 되고 담백한 음식, 열을 내려주는 쓴 맛이 나는 채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 중에서 녹두와 죽순은 열과 기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면서 “국화차나 구기자차 귤피차 등도 음을 보하고 기를 편안하게 하는 효능으로 화병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맛을 음미하고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에게 여유와 회복의 시간을 주는 것이 화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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