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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님, 안녕하세요!

문자는 국가의 대표 문화 / 무분별한 은어 사용하면 우리 정신도 온전치 못해

▲ 문효치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지난 9월 경주에서 국제PEN한국본부 주최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다.

 

아마 금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많은 문학행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라고 생각된다.

 

사흘 동안 이어졌던 이 행사에 40여명의 국내외 작가와 학자들이 세미나의 주제발표 또는 강연을 하고 시민 학생 등 3000여 명이 참관함으로써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주제는 모두 한글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중 가증 눈에 띄는 사람은 르 클레지오였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그는 한국문학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한글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는 소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라는 것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한글을 배우고 있음을 내비쳤다.

 

우리는 한글이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과학적 문자라고 늘 자랑을 한다. 한글은 그렇게 자랑할만한 글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랑만 했지 한글을 잘 가꾸고 유용하게 활용하고 나아가 세계화하는 데는 매우 소홀하다. 무분별한 외래어의 남용, 거기에 한국식 영어나 일본어 등을 섞어 쓰면서 그 표기에도 혼란을 자초한다.

 

그뿐인가, 조잡한 조어, 왜곡된 은어 또는 줄임말 등의 표기로 한글은 병들어가고 있다.

 

한글은 한국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한글이 병들면 한국어가 병든다.

 

한글날이 돌아오면 일부 단체나 언론 등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회성, 일과성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세종대왕에게 정말로 죄송한 일이다.

 

문자는 그 나라, 그 민족의 가장 대표적 문화요 정신이다. 한글이 일그러지면 우리의 정신과 문화도 온전할 수 없다.

 

최근 칼럼니스트인 팀 알퍼가 세종대왕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는 자기처럼 외국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한자나 일본 글자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자와 비교하여 한글의 우수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두 시간 만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모두 외워 쓸 수 있었다면서 자기 주변에 한국어는 못해도 한글을 쓸 줄 아는 외국인이 여러 명이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이제 외국인들도 한글을 사랑하고 세종대왕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후란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보라 우리는/우리의 넋이 담긴/도타운 글자를 가졌다//역사의 물결 위에 꺼지지 않는 불길로 살고/영원히 살아 남는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모국어와 한글을 빼앗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왜 그랬을까. 모국어와 한글은 우리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을 빼앗기 위해 우리의 말과 글을 먼저 빼앗은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총칼에 의해 말과 글을 빼앗겼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구부리고 깨트리고 망가뜨림으로써 무엇에겐가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 나라 역사와 강토, 그 환경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의 정서, 관념, 철학 등의 인식세계를 아름답고 바른 우리말 우리 글로 표현해 낼 때 비로소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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