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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선물 받다

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 신속한 현장수습·치료에 훈훈한 마음과 감동 느껴

▲ 문효치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지난달 교통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점멸등이 켜져 있는 시골의 삼거리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고였다. 다행히 앞좌석에 탔던 우리 내외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찰나의 사이를 두고 저승 앞까지 갔다 온 셈이었다. 트럭에 탔던 상대방 두 사람도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러나 놀란 가슴은 지금도 아릿하다. 가끔 그 순간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한편, 이 사고를 겪으면서 나는 마음 따뜻해지는 추억이 생겼다.

 

험상궂게 찌그러진 두 대의 차를 보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신고를 했는지 사고현장에는 삽시간에 경찰차, 병원차, 견인차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병원차에 실려 고창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사고 수습과 치료과정에서 나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친절 때문이었다. 경찰관, 병원관계자, 보험사 직원 등 나를 대하는 분들이 어찌나 친절한지 감동이었다.

 

그분들은 나를 대할 때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네며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애써주었다.

 

평소에도 관공서나 은행 또는 백화점이나 시장 등을 드나들 때 옛날에 비해 친절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느끼긴 했지만 이번처럼 절실하게 느껴보긴 처음이다.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동안 머리가 멍하니 텅 비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분별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냉철한 이성으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나는 그날 아침 10시에 시작하는 문학행사에는 참석하지도 못하고 반나절 쯤 응급실에서 여러 가지 조치, 그리고 경찰서에서 몇 가지 절차를 마치고 서울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날 행사에서 나에게 맡겨진 일이 두어 가지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게 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날의 ‘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길 잃은 짐승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은인 같은 사람들이었다.

 

친절은 선물이다(데모크리스토스), 사람에게 좋은 말을 친절하게 한다는 것은 솜옷보다 따뜻한 것이다(荀子).

 

나는 내가 평소에 남에게 얼마나 친절했던가를 반성해 보게 되었다.

 

바쁘다는, 관심 없는 일이라는, 피곤하다는 등의 핑계로 상대방에게 소홀하거나 쌀쌀맞게 대하지는 않았을까, 아마도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상대방은 진지한 태도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나를 만났을 텐데도 말이다.

 

사실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큰 노력이나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아니요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영국 속담에 ‘친절하게 말하는 것은 혀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필요한 것은 다만 약간의 정성이다. 남을 배려하는 정성,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생각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내가 청소년 시절이었을 때 우리나라는 후진국이었다. ‘후진국’이란 말이 듣기 싫어서 개발도상국이라고 했다. 그때 우리나라는 불친절한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어디를 가나 이렇게 친절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친절민국’이다. 나도 좀 더 친절해져야겠다. ‘친절한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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