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의식 정착되고 있지만 아직도 소외받는 이웃 많아…나눔의 정신 널리 확산되길
전북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100도를 넘었다. 지난 달 마감한 수은주 온도는 100.3도로 목표액을 초과해 58억3600만원이 모금됐다. 가뜩이나 살림이 어렵다고 하는데 17년 연속 100도를 넘은 것은 기부 의식이 정착돼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과 마감 1주일 전만 해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막판 개인들의 기부가 쏟아지면서 목표를 넘어섰다.
전주에는 매년 연말이면 훈훈한 정이 있다. 노송동주민센터에 거금을 놓고 가는 소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다. 2000년 시작되었으니 지난해로 16년째이며 기부액도 4억 원을 훌쩍 넘었다.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이제는 굳이 알려고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전화로 ‘성금을 놓고 간다’는 장소에 가보면 종이상자에 5만원권 지폐와 동전 저금통이 들어 있다. 전주시는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우고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그의 선행을 기리고 있다.
기부는 형태도 다양하고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매년 99만원을 기부하는 20대 비정규직 청년이 있다. 등록금을 벌기위해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군대 후임의 이름으로 2013년부터 3년째 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물은 아무리 뜨거워도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나머지 1도를 채워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대판 ‘구례 운조루’도 있다. 전주 삼천동 주민센터에는 항시 음식이 가득하고 필요한 사람이 꺼내가는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가 있다. 여러 주민이 자기에게는 여유 있는 것을 냉장고에 넣고 부족한 주민이 활용하는 나눔이다. 얼마 전에는 농촌에 ‘농약 안전보관함’을 기부하는 선행도 있었다.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이 농약을 한군데에 넣어둘 수 있는 보관함 600개를 마을에 전달해 달라고 도에 기증했다. 농약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요즈음 생명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뜻 깊은 일이다.
기부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열정은 성공의 열쇠이나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강조하는 워렌버핏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투자를 통해 많은 재산을 형성하면서도 아낌없는 기부로 칭송을 받고 있다. 또 자신의 딸이 태어나자 페이스북 주식 99%인 50조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약속을 한 마크주커버그 부부도 나눔의 실천자다. 부부는 딸에게 쓴 편지에서 ‘세상 모든 부모들처럼 네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며 우리 사회는 이 세상에 올 아이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데 투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는 꼭 여유 있는 자만의 것은 아니다.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말이 있다. 코살라국에 가난한 여인이 석가모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기름을 사 등불 공양을 했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밤이 깊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 다른 등불은 다 꺼졌지만 그 여인의 등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는 현우경(賢愚經)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부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최근 20년간 기부에 대한 신문기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글 670만건을 분석해보니 연말연시나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얼마 전 설에도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을 보았다. 아직도 소외받는 이웃이 많다. ‘반짝 관심’보다는 평소에 이웃을 살피는 나눔과 섬김의 정신이 보다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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