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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교육의 뿌리 '볼드윈의 꿈, 스크랜턴의 씨앗'

요즘 모두가 다 나라 걱정, 원인·해결도 남으로부터…나부터 말 아닌 행동으로

▲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1883년 9월 미국 오하이오주 라벤나라고 하는 작은 도시에서 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 지방회가 열렸습니다. 그 당시 아시아 선교의 주된 관심은 일본과 인도에 있었고 한국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볼드윈(Lucinda Baldwin)이란 한 나이 지긋한 부인이 거기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미지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볼드윈 여사는 언젠가 한국이 문을 열게 될 때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소원을 말하면서 당시로서는 매우 큰 돈인 88달러를 헌금했습니다.

 

볼드윈 여사는 어떻게 해서 한국을 알게 되었을까요? 일본에 살았던 미국인 윌리엄 그리피스는 귀국 후 1882년 ‘은둔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볼드윈 여사는 ‘이방 여성의 친구’라는 해외여선교지에 실린 한국에 관한 글을 읽고 ‘여성들이 이름도 없고, 한 인격체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그 땅,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는 볼드윈 여사의 뜻에 따라 1885년 2월, 당시 53세의 스크랜턴 여사(1832-1909)를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하게 됩니다. 스크랜턴 여사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보고 여성을 교육하면 이 나라를 잘 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여성 교육을 마음에 두게 됩니다. ‘한국여성을 보다 나은 한국여성으로 만드는’ 일에 교육목표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여학생 모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886년 5월 맞이한 첫 학생은 정부 관리의 첩인 ‘김씨 부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학생은 딸을 한국 땅 밖으로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써준 후에야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서대문 밖 성벽에 버려진 한 여인을 치료해 주고 그녀의 딸을 세 번째 학생으로 삼았습니다. 오늘날 명문학교가 된 이화학당의 대장정은 이처럼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름조차 제대로 없던 한국 여성의 교육을 위해 써달라고 특정헌금을 한 볼드윈 여사의 뜻을 꿈이라고 한다면, 파송된 스크랜턴 선교사는 여성 교육의 불모지인 한국 땅에 여성 교육의 첫 씨앗을 뿌린 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씨앗이 튼실하게 자라 오늘날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가 되었습니다. 10년째 스크랜턴 선교사를 파송한 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 대한유지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이를 ‘볼드윈의 꿈, 스크랜턴의 씨앗’ 이라고 명명합니다.

 

요즘 모두가 다 나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식당에 가든 대화를 살짝 들어보면 자기 걱정보다 나라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기가 뭘 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안 들립니다. 하나같이 나라가 어려운 원인을 남에게서 찾고 해결도 남이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렇고, 도지사나 국회의원이 잘못해서 그렇고, 지도층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니 다들 걱정은 하는데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외람되지만 필자는 오늘 전북일보 독자들께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이 나라 번영이라는 꿈’의 실현에 동참하는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나부터, 나만이라도, 작은 것이라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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