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초기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는 증기자동차의 인기에 위기를 느낀 마부들은 마차를 타는 귀족과 말이 놀란다는 이유로 규제할 것을 건의했고, 1865년 의회에서는 자동차를 규제하는 적기조례(赤旗條例·Red Flag Acts)를 제정하게 됐다.
1대의 자동차에 3인의 운전사를 태우고 그 중 한 명이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가지고 55m 전방에서 다른 자동차나 말의 접근을 예고토록 했다. 최고 속도를 농촌에서는 시속 6.4㎞ 이하, 시가지에서는 3.2㎞로 제한했다. 31년간이나 지속된 이 조례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선발국이었던 영국은 후발국인 독일,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되었다.
영국의 자동차 기술자들은 빠른 속도를 내는 자동차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다임러와 벤츠가 휘발유 엔진을 개발하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독일의 기술자들은 빨리 달리면서 안전한 자동차를 개발하게 되었고, 속도제한을 두지 않는 아우토반이라는 고속도로를 두기에 이르렀다. 올해 다보스 포럼을 주최한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경제, 고용, 사회, 정부 형태까지 모든 것이 바뀐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 19세기 말 전기·대량생산 시스템으로 2차 산업혁명, 컴퓨터로 인한 정보화의 3차 산업혁명을 경험했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선두 그룹에 독일이 있다. 이미 2011년부터 산업 4.0을 구상해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발 IoT(사물 인터넷)’로 불리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의 잃어버린 30년 동안 자동차 후발 주자 역할을 했던 독일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주목을 받는 나노기술, 로봇, 드론, 사물 인터넷, 3D 프린터, 바이오,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함은 필자가 속해 있는 전북자동차기술원도 예외가 아니다.
전북도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 농생명산업, 탄소산업, 문화관광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기술한 산업 분야들과의 경계 없는 융복합 R&D가 가장 절실한 과제다. 다른 지역보다 잘 갖춰져 있는 혁신 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그 지렛대 역할을 해나야 할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150년 전 영국의 적기조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사업으로 진행 중인 전북연구개발특구, 농생명 SW 융합사업, 수출전략형 미래그린상용차 기술개발사업 등의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R&D 혁신기관들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150년 전 영국의 적기조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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