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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소통·힐링의 캠퍼스 둘레길

친환경 둘레길 조성 통해 한국형 캠퍼스 랜드마크 지식 창조 소통공간 구축

▲ 이남호 전북대 총장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빼곡한 일정 때문에 교수시절 즐겨하던 일도 지금은 큰 맘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대학 학술림인 건지산을 산책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전 같으면 연구나 강의준비를 하다가도 생수 한 병 들고 나서면 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좀처럼 시간 내기가 힘들다. 건지산 산책을 낙으로 여겨왔던 나로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의 유명한 사상가나 철학자 혹은 과학자들도 산책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길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냈고, 그것이 근현대 철학과 과학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구 대학 주변엔 이름난 산책로가 많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철학자의 길 ‘이 대표적이다. 하이델베르크 산책길로도 잘 알려진 이 길은 실제로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당대 유명한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거닐며 사색에 잠겼던 곳으로 유명하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같은 수많은 과학자들도 산책과 사색을 통해 위대한 발견과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이런 사색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나는 적극 공감한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들은 실험실과 연구실 그리고 강의실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산책길에서도 만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은 그 어느 대학도 가지지 못한 소중한 자산이다. 대학 정문 옆에 조성된 힐링숲을 시작으로 삼성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들꽃뜰, 옛 정문을 거쳐 박물관과 덕진공원, 건지산의 혼불문학공원과 단풍나무숲길, 그리고 오송제와 동물원, 건지산 정상에서 숲속도서관과 조경단 또다시 대학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전북대가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는 자유로운 사색의 공간이자 지식 창조의 소통 공간이다.

 

전북대는 이 길을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로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에게 소통과 화합, 사색과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캠퍼스 둘레길 인증제를 도입, 10㎞코스를 완주했다는 인증을 받아야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사회는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동료 선·후배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융합하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주 수요일을 ‘워크토크데이’로 정해 구성원이 건지산을 걸으며 소통한다. 이는 대학 내 존재하는 수많은 벽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둘레길 출발지인 정문을 한옥형으로 지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정문 겸 큰사람교육개발원으로 활용하고, 덕진공원 옆 학군단 부지엔 200억 원을 들여 한국적인 캠퍼스의 랜드마크가 될 한옥형 국제컨벤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캠퍼스와 건지산을 아치형 다리로 연결해 친환경적으로 이어주고, 건지산 곳곳에 숲속 강의실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며, 숲속 작은 음악회나 쉼터를 만들어 지역민과 공유한다는 계획도 완성단계에 있다.

 

조만간 이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은 한옥마을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다. 나는 이 길이 전북대 구성원과 지역민의 길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끊임없이 소통이 이루어지고 지역과 세상을 변화시킬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솟아나길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세계를 놀라게 할 위대한 철학자나 대한민국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에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희망을 갖고 이번 주말엔 캠퍼스 둘레길을 꼭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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