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인생 부모 것 아냐…끊임없이 소통하고 이해해 주는 지원군일 뿐
‘Everybody ‘s Fine’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다들 잘 지냅니다’라고 할까. 엊그제 어버이날에 본 영화 제목인데, 15년 전인 2009년 세상에 나온 외화다. 커크 존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영화의 주연은 홀아버지 프랭크 굿 역의 로버트 드 니로 등 다수의 배우가 맡아 훈훈한 가족애를 보여 주었다. 곧 내 이야기, 내 가족 이야기일 것도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속 아버지 프랭크는 평생 전선공장을 다니다 퇴직한, 그야말로 평범한 아버지다. 슬하에 2남2녀 4남매를 두었고, 항상 엄격한 전통적 가장의 표상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나름의 꿈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후 가정과 직장에만 충실했다.
그림을 곧잘 그리는 큰아들 데이비드가 평범한 화가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프랭크는 정색을 하며 “개가 오줌을 누는, 그저 그렇고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진짜 예술가가 되라”고 엄하게 훈육한다. 프랭크의 자식을 대하는 훈육방식은 데이비드 뿐 아니라 4남매 모두에게 일관된 것이었다. 아이들은 항상 정직과 최고를 요구하는 아버지가 부담스러웠고, 스트레스였다. 아버지와는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달랐다. 어머니는 자식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애썼다. 둘째아들 로버트가 음악을 곧잘 하는 것을 놓고 프랭크가 큰 기대를 할 때였다. 타악기 연주를 하는 로버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로버트가 지휘자로 성장했다고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아들을 이해하려고 애쓴 엄마였다.
프랭크는 4남매가 잘나가는 화가, 연주자, 무용가,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했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41년을 함께 한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 홀아비가 돼 적적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프랭크는 예정됐던 연휴 가족 모임에 4남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오지 않자 근심에 휩싸인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프랭크는 뉴욕, 덴버, 라스베가스 등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을 찾아 떠나고, 큰 아들 데이비드를 제외한 아이들을 모두 만난다. 로버트가 악단 지휘자가 아니라 타악기 연주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는 등 자녀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저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이해하려 애썼다. 현실이고, 내 자식이니까. 그러면 데이비드는 어떻게 지내는가. 불행하게도, 데이비드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 아파 하는 프랭크. 하지만 “데이비드는 개가 오줌을 누는 그림을 그리는 평범한 화가가 아니라 진정 예술을 추구한 예술가였다”는 화랑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데이비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영화는 자녀를 양육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역할, 그리고 가정 교육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전선공장 샐러리맨이었던 아버지는 아이들의 더 나은 삶을 원했다. 자녀들의 재능을 알아내고 그 분야 최고 실력가로 성장시키고자 했다. 그것이 아버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고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요구 수준이 자신들의 역량에 비해 과도하다는 사실을 알고 방황한다. 그렇게 스트레스에 빠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머니는 자녀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 진심으로 이해해 주었다. 남편에게는 선의의 거짓말도 하면서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아버지의 정공법 사랑을 완충하는 어머니의 사랑법 덕분에 4남매는 탈선하지 않고 곧게 성장했다. 비록 큰아들이 요절했지만, 미술 애호가들이 그의 그림을 곧잘 찾으니, 아버지는 ‘예술가’로 살다 간 아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어떠한가. 과거의 프랭크처럼 자녀를 사유물처럼 짓누르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가 가는 길을 왜곡하고 있지 않은가.
인생은 부모의 것이 아니다. 부모는 영화 속 어머니처럼 자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해해 주는 지원군일 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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