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인프라·네트워크 등 창업 생태계 육성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해야
우리 지방행정연수원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최첨단 시설환경에도 놀라지만 쾌적하고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더 감탄한다. 저마다의 여행 추억을 떠올리며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이나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 온 것 같다고 한다. 아마도 주변에 농진청을 비롯한 농업 관련 기관들의 푸른 시험포장이 넓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콘크리트 빌딩숲으로 가득 찬 다른 혁신도시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수도권 과밀억제를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지금까지 이전 대상 115개 공공기관 중 100개 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이전이 완료될 계획이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 및 지방세수 증대효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지역발전 클러스터의 구축, 지역인력의 취업기회 확대와 그에 따른 지방교육의 질적 제고, 신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내 균형발전 기여, 혁신도시의 관광명소 기능 수행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한계가 있지만 우리 지방행정연수원도 나름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7000여명의 연수생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하숙비와 외식비, 시설관리 직원의 지역민 채용, 각종 용역의 지역업체 발주, 구내식당의 로컬푸드 활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를 조성한 목적은 단순히 인구와 세수가 늘고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전 직원이 이사를 온다고 한들 인구가 과연 얼마나 늘며 소득이 얼마나 증대될까? 혁신도시는 문자 그대로 새롭고 창조적인 혁신클러스터를 만드는데 그 근본 목적이 있다. 클러스터가 왜 중요한가? 집적의 이익 때문이다. 클러스터에는 전문 인력 및 경력자, 부품 공급업체, 정보, 기술, 관련 지원기관 등이 집중 분포한다. 인재풀이 크면 그만큼 인력 채용이 쉽고 부품 등 투입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거래 비용을 낮춘다.
인간관계 및 커뮤니티 형성이 쉽고 서로의 신뢰를 높여 정보의 흐름을 용이하게 해 준다. 그만큼 혁신과 융합,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에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혁신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혁신도시모습은 클러스터라 하기에 아직 거리가 멀다. 이전 공공기관만 있지 관련 기업도 없고 전문 인력도 모여들지 않고 있다. 대학, 연구소, 기업, 행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력 지원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들 간에도 신경망이 연결되지 않은 채 각자 외로운 섬으로 남아있다. 한마디로 혁신창업의 생태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기에 두드러진 혁신창업의 성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전북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혁신도시가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전북혁신도시는 농생명산업에 특화된 기관들이 집적하여 클러스터로서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도시건설이라는 하드웨어보다 클러스터로 작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구축에 더 신경을 쓸 때다. 인재육성, 인프라, 네트워크 등 창업생태계의 3대 핵심역량을 서둘러 키워야 한다. 누가 알랴? 젊은 연구원과 벤처투자가가 우연히 혁신카페나 랩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창업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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