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세이브더칠드런' 전북 아동, 삶의 질 발표 /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
긴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이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교육과정을 통합하여 다양한 교육문화 축제를 여는가 하면, 진로·진학을 위한 상담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전북은 한때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교육도시를 뽐내기도 하였고,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도내 아동과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늘 아동·청소년의 모습은 미래 전북의 모습을 보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달 서울대와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북 아동의 삶의 질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최하위이며, 주관적 행복감 역시 16위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최근 3년간의 조사에서도 전북이 지속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수치만으로도 아이들이 도민에게 보내는 무언의 호소와 경고를 가슴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물론, 아동 삶의 질 지수는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나 복지예산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 학교, 지역사회와 아동 자신에 대한 만족도 등을 나타내는 아동들의 주관적 행복감마저 전북이 최하위인 것을 보면, 분명 과학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전북지역 어린이들에게 또 하나의 큰 고통은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누리과정 지원이 끊어진 지 오래된 도내 어린이집의 종사자와 학부모들의 속 타는 심정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정부는 마땅히 대통령 공약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해야 함에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고, 전북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열악한 교육재정 상황만을 되뇌며 추경 편성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의 고통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내 어린이집의 현실은 한계점에 이르러 폐원과 교사들의 실직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대상은 바로, 불안한 보육환경에 처한 전북어린이들이 아닐까 싶다.
도교육청은 정부에는 지속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지금은 어렵고 힘든 상황을 타개할 응급대책이 필요한 시점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애민정신을 되새겨 고통 받고 있는 민(民)의 현실을 타개하는데 도청, 도교육청, 도의회의 소통과 협력을 간절히 기대한다.
지금은 분명 자치시대이다. 이젠 교육 분야도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사회 간의 소통과 협력 여부에 따라 학교교육의 질과,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규정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지역들이 지자체와 교육청의 소통과 협력으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역과 마을을 삶의 교육공간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한 예로, 경기도 시흥시는 경기교육청과 협력하여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전담팀을 구성하여 상주하며, 머리를 맞대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육과정을 기획하여 지원하고 있다. 행정과 교육, 지역사회, 가정과 학교가 만나서 협력하고 융합되면, 양질의 교육을 지역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협치 정신이 자치시대의 교육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의 희망은 지역교육공동체 형성에서 찾아야 한다.
협치와 애민 정신으로 전북교육을 위기에서 기회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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