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탄 안고 있는 정부·국민 신의 잃은 박 대통령…연연하지 말고 내려와야
지난 3일 새벽 정세균 국회의장이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확정된 내년도 국가예산은 전년대비 3.7%(14조1000억원) 늘어난 400조 5000억 원 규모다. 국가예산이 4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100조 원을 넘어섰고, 노무현 정부 때 200조 원, 이명박 정부 때 300조 원을 돌파했다. 새 정권 때마다 100조 씩 늘어난 셈이다. 김영삼 정부 때 OECD에 가입, 자칭 ‘선진국’ 샴페인을 터뜨린 대한민국은 그 위상에 걸맞는 예산 신기록을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사상 초유의 400조 원대 슈퍼 예산에 걸맞게 나라가 진 빚도 2017년도엔 682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국가채무가 40%를 넘어서는 건 심히 경계할 일이다.
가계빚도 천정부지다. 작년 3월께 1130조 원 규모에서 움직였던 가계부채잔액이 1년 전 1200조 원을 넘었고, 불과 1년 만에 13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가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지만 속은 곪아 있고, 부채 폭탄을 안고 있는 정부는 폭발을 피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수출로 성장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호를 둘러싼 글로벌 분위기가 녹록치 않다. 11월 말 현재 수출입 규모가 8185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달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고 이에 금리 상승 우려가 일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다. 관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가 이웃 국가들로 확산될 경우엔 우리 경제가 더욱 비틀거릴 것이다. 가계빚 1300조 원을 짊어진 대한민국 국민들의 어깨엔 무게를 알 수 없는 짐이 얼마나 더 얹혀질지 모를 일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이미 국민 탄핵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만방자하게도 그 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국가 이익을 좀먹는 이적행위다. 국내외 급변하는 상황에서 벌써 두 달 째 국무회의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대통령이 무슨 대통령이란 말인가.
선비는 오로지 신의(信義)가 있어야 한다.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라 4년 가까이 국정을 수행했다면 국민적 믿음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그 믿음을 잃었다. 국민의 표를 얻어 그 직을 얻은 자라면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의 책임자일 뿐, 주인이 아니다. 일꾼이 주인을 기망하고 사익을 취하고자 했다면, 그래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면, 그 행위가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해도 허물이고, 그것도 큰 허물이어서 그 직을 내놓아야 한다.
선비는 의로워야 한다. 옳은 일이라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임실 오수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의견은 주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버렸다. 짐승인 개도 제 주인의 목숨 살리는 것을 의롭게 알고 몸을 던졌는데 일국의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국가 안위를 외면한 채 사사로이 대통령직에 연연하는가. 국민을 위한 의를 지키지 않은 선비는 선비 자격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옹립,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권력과 부 그리고 명예를 일궈온 자들이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거나 똑같이 ‘뻔뻔 모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범 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여섯 번의 촛불집회에서 확인됐듯이 대한민국은 대단히 성숙한 민주사회다. 허물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회개하는 자에게 돌 던질 국민은 없다. 늦지 않았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박 대통령을 향해 하야를 요구하기 바란다. 그게 그동안 호가호위한 자들이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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