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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유감

삶이란 미리 준비한다고 뜻대로 추슬러지지 않아…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 조남천 전북대 의대 교수

새해를 맞이하여 온가족이 함께 홍도를 다녀왔다. 병원 행정에 참여하고 수련의들 교육하고, 논문 쓰고 환자진료 및 수술 등을 핑계로 가족끼리 함께 여행을 떠난 기회도 별로 없었지만 특히 홍도여행은 처음이었다. 절경도 눈에 담고 해넘이와 해돋이를 보며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새해 소망을 해 보려고 하는 생각에 몇 주 전부터 어릴 적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었다.

 

가는 길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버스 타고 두 시간 걸려 목포 여객터미널에 11시에 도착하였다. 생선, 조개, 해초 등으로 차려진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홍도 가는 뱃길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파도가 없을 때 “호수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육지 사람이나 섬사람이나 같았다. 배는 시속 50Km이상 고속으로 달리는데도 아주 편안했다. 홍도에 도착한 시각은 4시 반, 도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2시간 30분 걸린 셈이다.

 

홍도는 바위섬으로 마을길도 모두 경사지고 평지는 거의 없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몽돌해수욕장과 전망대를 산책하였다. 섬 여행도 처음이거니와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섬 길을 걸어본 경험도 처음이었다. 도대체 살면서 처음 해 보는 일이 왜 그리 많은지.

 

해넘이를 보려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눈치를 보니 경치 구경보다는 숙소에서 가족끼리 수다 떨고 싶은 생각이 더 큰 것 같았다. 하기야 오랜 만에 가족만의 여행이었으니 해넘이보다는 가족끼리 마음을 나누고 수다 떠는 시간이 더 소중하리라. 가장으로서 ‘가족끼리’라는 의미보다 경치를 선호했던 속내가 머쓱했다. 변변히 여행도 같이 가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직장 동료들과는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녀온 적이 무릇 기하였던가.

 

다음 날 아침 7시경 섬 경치와 새해 해돋이를 보기위해 배에 올랐다. 겨울인데도 춥지 않고 바다는 잔잔했으며 배위에서 섬과 바다 풍경을 자유롭게 촬영하였다. 경치는 절경이었다. 더욱이 가이드가 홍도 여행은 겨울이 비수기여서 겨울여행이 홍도를 찬찬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며, 겨울 바다가 이렇게 잔잔하기도 흔치 않다고 말했을 때 ‘오길 잘 했다’는 뿌듯함마저 느꼈다.

 

살다보면 모르고 부딪쳐 보는 것도 좋을 때가 있다. 삶이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다고 내 마음대로 추슬러지지 않는다. 예상은 빗나가기 일쑤며, 결과 역시 의도와 전혀 별개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산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지 않았던가.

 

내 성격상 추위, 바람, 파도 등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고 대비하다보면 이번 여행도 아마 망설였을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의 치밀함보다는 그러려니 맡기는 버릇이 생겼으며, 젊었을 때 가정 밖 직장이나 사교적 관계에 더 치중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자책이 더 늘게 되었다.

 

이번 여행도 과거 행적에 대한 반성과 각오로 떠났는데 예상보다 더 좋았다. 어차피 절경이란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대상이다.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 가족들과의 시간은 지금 이때 이곳에서 밝히고 추스르지 않으면 다시는 불가능한 순간과 느낌들이 있다. 애들은 훌쩍 커버릴 것이고 아내도 나를 점점 더 귀찮은 늙은이로 여길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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