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삼탕 공약 안 통해…달라진 새만금 사업 조건, 새로운 대안 제시해야
“Still in the water, 땅부터 보여주자.” “대통령 공약임에도 지켜지지 않는 국책사업, 30년째 걸음마도 못 뗐다.” “간척 사업은 초기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사업기간이 길게 소요된다.” 얼핏 들으면 시민단체 비판 같지만 아니다. 한국건설기술원장과 새만금개발청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또 때가 된 것인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새만금 개발 공약이 되살아났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대선 때마다, 7번의 총선은 물론 6번의 민선 지방선거까지 새만금 사업은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이번 대선에선 사업의 속도가 쟁점이다. 땅이 다 드러나지 않으니 민간투자가 되지 않는다며 비농업용지 매립에도 농지기금을 사용해서 조기 집중개발하자는 주장이다. 도가 판을 깔고 농어촌공사와 새만금개발청이 부추겼다. 대선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참여, 특별회계 등으로 화답했다. 다들 차이가 없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새만금,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실패한 새만금 사업,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은 없다. 거의 30년간 선거 때마다,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에도 온통 장밋빛 계획 일색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권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어렵고 힘든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선 후보들은 새만금 사업 공약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새만금호 내 평균 수질 평균 5급수, 최하위 등급이다. 목표수질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립중인 땅이 27.4%, 사업시행자도 없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누가 투자할까? 언제 끝날지 하세월 이다. 기존 개발 계획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이제, 새만금의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조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더 나은 대안이 가능해졌다. 농업용지가 70%에서 30%로 줄어든 것이다. 2014년 농어촌연구원에서 다시 산정한 농업용수 필요량은 애초 10억㎥/년의 14.5%인 약 1억4500만㎥/년 이다. 이 정도는 동진강과 만경강 하류에 저류형 침전지를 만들고,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물만 재처리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더 필요하다면 수중보를 만들 수도 있다.
해수유통은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국의 하구역 간척지의 수질 관리 방법이다. 필요 없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고 필요한 땅을 조성하는데 남은 돈을 투자할 수 있다. 나머지 수변은 경제적 가치만 연 1747억원인 순천만처럼 연안습지로 만들면 된다. 야미도 주변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 생태환경이 4300억원 가량의 어업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
땅을 보여주지 않아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은 시대착오다. 이미 드러난 땅으로도 충분하다. 기획재정부가 새만금 예산에 인색한 것도 ‘매립해서 뭐 할 건데?’다.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사업 효과가 불투명한 땅에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전라북도도 쓸모없는 넓은 땅보다 개발이 가능한 땅이 필요하다. 조기 집중개발로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어줄 부분 완성형 개발이 답이다.
대선 주자들에게 묻는다. 어설픈 새만금 공약, 재탕 삼탕 공약으로는 전북 표 못 얻는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토건세력만 비호해 온 낡은 정치를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만금 사업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공개 토론 한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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