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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 박영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

살짝 언 듯 움츠리고 있던 개울이 녹아 투명하게 돌돌거리며 바쁘게 봄꽃들의 잠을 깨우면서 흐르고 여기 저기서 기지개를 켜며 수줍은 듯 얼굴 내미는 모양들이 약간은 싸늘한 기운을 뒤로하고 따뜻함을 안아 올리듯 다소곳하다. 그사이로 개울물이 아래로 아래로 서둘러 흐르더니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고 그 투명한 안쪽에 파랗고 동그란 하늘을 담고 하얀 구름도 몇점 초대해본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벌써 나무향기와 더불어 꽃내음이 온 세상에 가득하게 채워본다.

 

온세상이 노란색…분홍빛으로

 

봄은 병아리처럼 노란색과 함께 찾아 온다고 했던가. 제일먼저 산기슭 양지쪽에 쌓인 낙엽을 들추고 쏘옥 고개를 내밀듯이 노란색 귀염둥이 복수초가 올라 올 것이다. 그리고는 매일 봉오리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때 이른 봄을 맞이하며 변덕스런 늦추위를 기특하게 잘 버티면서 미소 지을 즈음에 나뭇가지에 작은 종들을 매단 듯 봄바람에 딸랑거리며 꽃이 하늘거릴 것이고 이때쯤 봄은 제법 볼만해 질 것이다. 뒤질 새라 산비탈 생강나무도 노란꽃을 피울 것이고 산수유 노란꽃이 봄의 축제를 이어갈 것이고 그 축제의 절정에 개나리꽃이 만발할 것이다.

 

노란색꽃의 뒤를 이어 온 세상은 다시 분홍빛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이제 핑크빛 축제로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와 함께 매화꽃 필 것이고 그 절정에서는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아~~~!? 봄은 왔는데…나는…. 눈만 감아도 그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봄날이다. 태양은 자신을 다 드러 내놓기가 수줍다는 듯 아직은 완전한 따사로움 보다는 적당한 온기를 주고 있는 듯….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가슴 설레는 연초록은 왜 이리도 마음과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지….

 

“나는 잠시도 머무를 수 없는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라는 나무람으로 속삭이는 연초록 새순의 소리는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도대체 다른 일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게 나를 부추기고 지금 느끼지 못하면 내 생애 어느 한순간의 봄을 영원히 놓쳐 버릴 것 같은 초초함으로 설레게 하는 이 마음을….

 

어디선가 나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흐드러진 벚꽃 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때쯤의 봄은 자연은 고목이 되어가는 마음에 새순을 돋게 하듯….

 

색으로 생명력을 부추기고 또한 소리로 그 따뜻한 숨결을 느끼게 해 준다. 보티첼리는 진정 그 손끝의 움직임으로 이런 봄을 그렸을까?

 

멘델스존도 그 순수한 감성으로 이런 봄을 느꼈던 걸까? 베토벤은 이런 봄을 노래하며 인생의 봄날을 기원했을까?

 

고독이 되어가는 마음에 새순을

 

박재삼 시인은 사방에 봄빛이 깔리는 건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엄청난 비밀이라 했는데….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내 인생의 연초록 설레임은 언제부터 였을까?

 

떠들썩한 언어 대신 나뭇잎들의 침묵을 배우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지난 겨울의 고통을 헤아리고 인생과 인간과 사랑에 대한 지혜로움을 위하여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금일까?

 

찔레꽃, 아카시아꽃등 온통 흰색 꽃들이 지천으로 순백의 청순함을 드러내며 연초록 잎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랑살랑 나부끼며 어린잎이 손 흔들 때일까?

 

아니면 볕이 좀 더 밝아지고 눈부신 초록이 더 투명해질때 쯤이면 더 분명해 질 것인지….

 

나는 잠시도 머무를 수 없는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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