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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을까

전북의 서러움과 분노감, 민주당發 역차별 영향 커…이번엔 똑바로 인식해야

▲ 수석논설위원

제19대 대선에서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전북에서의 득표율이 64.8%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문 대통령이 고배를 든 제18대 때 득표율이 86.2%였지만,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큰 반전이다.

 

하여간 지난해 제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으로 갔던 민심이 되돌려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는 계속 이어지는데 국민의당 등 경쟁자들이 만만찮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주당 깃발 매단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 되는 전북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987년 창당된 평민당이 전신이다. 평민당은 그해 12월 대선에서 김대중이 3위에 그치는 참패를 했지만, 이듬해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는 전북과 광주·전남에서 거의 독식하며 원내 70석을 확보,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전북은 민주당 텃밭이었다. 강현욱씨가 신한국당 후보로 군산에서 출마해 당선했지만 결국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꿨을 만큼 전북 민심은 오로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을 잇따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며 득의양양했다. 그러나 전북에 돌아 온 것은 역차별 뿐이었다. 예를 들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민원을 핑계삼아 사업을 중단하는 등 외면했던 새만금사업은 이명박정권 이후 훨씬 나아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전북표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들이 전북을 냉대해도 전북이 할 말은 많지 않다. 되돌아보면 지역균형발전은 허울좋은 말이다. 권력이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둘러대며 애간장을 태운들 표를 주지 않아 인맥조차 제대로 없는 전북이 어찌 하겠는가. 이명박정권이 LH공사를 진주혁신도시에 밀어준 것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판의 생리상 예상된 귀결이었다. 박근혜정권의 하수인들이 공사화를 추진하며 온갖 훼방을 놓았던 기금운용본부 전북혁신도시 이전은 울며 겨자 먹기였다. 이런 것들은 ‘표가 거래되는 정치판’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표를 주지 않는 전북 앞에 단감은커녕 떫은감 하나도 호강이고, 생색이었다.

 

어쨌든 민주당 권력은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전북을 외면하고 차별했다.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는데, 전북은 어느 정권에서나 세월을 잃어버렸고, 낙후 꼬리표는 더 초라해졌다. 민주당은 전북을 이용만 했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을 출세시키고선 끝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을 철저하게 챙겼다. 새만금을 지원해달라는 전북을 외면하고 김대중정권은 새만금사업을 중단시켰고, 노무현정권은 새만금과 똑같은 컨셉인 J프로젝트를 전남에 주었다. 광주와 전남에 공항이 3개씩이나 되지만, 전북의 공항건설 요구는 퇴짜 놓았다. 상당히 많은 주요 현안이 그런 식이었다. 민주당이 30년 가까이 일편단심으로 밀어준 전북에 준 대가는 뼈 아픈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전북 민심을 냉정하게 분석, 대응해야 한다. 민주당은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전북의 서러움과 분노는 새누리당발이 아닌 민주당발 홀대와 역차별에서 더 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의 역차별로 전북이 낙담할 때 화려한 권력과 부, 명예를 누린 것은 민주당의 간판을 걸고 당선한 두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들이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전북 민심이 왜 예전같지 않은지, 왜 정운천 국회의원이 만들어졌는지, 왜 국민의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는지 제대로 알기 바란다.

 

문재인 정권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초미 관심인 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에 전남 출신이 포진됐다. 광주·전남에 대한 강한 의지 표현이다. 전북은 숨죽인 채 ‘설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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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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