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찬반여론 후끈 / 원자력발전소, 안전할 때 끄고 / 화학사고, 안전할 때 예방해야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들과 잦은 징후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1920년대 미국 보험회사에 다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5000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일련의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했다.
아주 큰 사고 1건이 터지기 전, 작은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같은 원인에서 발생하는 고장이나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것이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보라. 규정 초과 화물탑재 및 옥상 설비, 고장난 구명정의 합격 판정, 무리한 출항, 수명연장 등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달, 전남 영광과 군산에서 한여름 폭염에도 으스스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우리 전북과도 인접해있는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다. 북한이 폭격을 해도 안전하다는 핵발전소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원자로의 최종 보호시설인 방호벽은 1.2m의 두께로 콘크리트를 가득 채워야 한다. 하지만, 한빛 4호기의 방호벽은 상부 돔과 하부 경계지점 안쪽 57곳의 콘크리트가 비어 있었다.
또한 방사선 유출을 막을 격납건물철판의 두께가 부식으로 얇아져 있었다. 이렇게 한빛원전에서 일어난 고장이나 사고 발생 건수가 이미 150여 회를 넘었다. 얼마 전에는 원전 설비에 짝퉁 부품을 몰래 쓰다 걸려 한수원 사장까지 구속이 된 일도 있었다. 이정도면 원전 안전 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고 한수원의 관리 시스템에 녹이 슨 것이다.
OCI 군산공장에서는 2년 새 세 번째 같은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6월 24일 배관 균열로 또다시 사염화규소가 유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같은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고를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2015년 6월 배관 밸브 균열로 사염화규소 혼합물 108㎏이 유출되어 공장 작업자 및 주민 등 16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농작물과 가로수, 차량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화학사고 신고 골든타임을 넘겨 피해를 키웠다. 최근 환경부가 화학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늑장 신고 세 번이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조사 결과와 달리 단순 조작 실수나 경미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 노후한 배관 설비의 안전성과 공정상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 전면적인 조사와 진단을 통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외부 감시자의 역할은 사고 예방이나 위해 소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공장 내 화학물질 취급 정보, 사고 발생 시 영향권, 주민 안전대피 등 지역사회 알릴 의무가 있는 사항은 더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영광핵발전소나 OCI 군산공장에서 되풀이 되는 사고와 고장은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재난 수준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공론조사로 찬반 여론이 뜨겁다. 같은 시기 원전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은 원전 옆 단층이 발견 되어 지진 안전 논란이 일자 사용 연한 이내에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공정률이 38%에 이르는 건설 중인 원전 2기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자 가차 없이 포기한다. 중단해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다 외부자들이 결정했다. 원전은 안전할 때 끄고, 화학사고는 안전할 때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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