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0:47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독성물질 전성시대

식품성분 표시제 강화 / 화학원료 사용도 공개 / 모두를 위한 선택 필요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쯤 되면 독성물질의 전성시대다. 주변이 온통 유해 화학물질 지뢰밭이다. 자칫 잘못 디뎠다간 터지기 마련이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시작된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는 사회전체에 만연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과 일터에서 공포는 엄습한다.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불안하다. 어디든 피할 수 없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

 

몸을 좀 풀어보자고 누운 요가 매트, 내분비계 장애가 올 수 있고 신장 독성, 간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호르몬이 최고 기준치보다 200배 넘게 검출되기도 했다.

 

간밤에 모기와 씨름한 흔적이 보인다. 모기킬러다. 피레스로이드(살충제), 미세분진 형태로 흡입 시에 폐 손상 위험이 있다. 차라리 모기에 물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니 또 걱정이다. 프랑스에선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펄프에서 다이옥신이 나왔다. 접착부분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1~2년 넘게 기저귀를 차야 하는 우리 아이의 몸에 독성물질이 쌓이는 것은 아닐까.

 

나른한 오후, 단골 가게 아메리카노 한잔이 활력소다. 카드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을 만지작거리다보니 정신이 퍼뜩 든다.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비만의 원인이 되는 비스페놀A가 나온다는데, 자꾸만 고개가 숙여진다. 괜찮을까?

 

후우, 스프레이 방향제가 코끝을 찌른다. 저거 인공 향료가 아닐까? 성분도 문제지만 입자가 너무 작아서 허파꽈리에 쌓이다가 폐를 굳게 한다는데... 그저 문 열어서 환기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먹을거리는 화학첨가물로부터 안전할까? 한국식품과학회에 따르면 2인당 년간 권장 섭취량보다 6배나 많은 24.9kg이나 된다. 석탄에서 추출하는 타르계 색소, 지방의 산화를 지연하는 산화방지제, 육가공품의 붉은 빛을 돌게 하는 아질산나트륨,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해 부패를 막는 산도조절제, 미백효과를 얻기 위한 표백제, 다른 성분과 만나면 위해성이 커지는 방부제인 안식향나트륨 등 하루에 섭취하는 화학 식품 첨가물의 70~80가지나 된다. 장기간 섭취 시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지금도 몸 안에서 많은 첨가물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 ‘살충제 계란’과 ‘독성 생리대’ 사태가 시사하는 것은 우리가 먹고 쓰는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어떤 위해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품목이지만 그나마 성분 규제나 정기 검사를 하는 ‘의약외품’ 인지 이보다 규제가 덜한 ‘공산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화학물질 전성시대’ 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 청소년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지만 아직 해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반곤 층에 그 피해는 가중된다. 우리를 맘 아프게 했던 어린 학생의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무상 배포한 전체 생리대의 34%(68,058명분)가 독성 생리대였다.

 

문제가 된 생리대 회사의 주요 영업 전략은 하나 더 끼워주기다. 견본품도 나눠준다. 아내는 ‘릴리안’ 생리대를 샀다가 더 개당 가격이 더 싼 제품으로 교환했다고 한다. 가격 차이가 안전을 더 지켜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씁쓸하다.

 

“내 아이와 내 몸은 소중하니까” 라며 각자도생 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에서 자급자족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아니다. 비와 바람에 실려 온 화학물질은 피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GMO, 화학물질 등 식품 성분 표시제를 강화하자고 목소리 높여야 한다. 화학원료를 사용한 제품의 66%가 영업 비밀이라며 정보 공개하지 않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