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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주의와 사회적경제

노동자, 기업의 종속된 / 존재 아닌 주체가 돼야 / 경제 민주화 실현 가능

▲ 김정원 다른미래협동조합 이사·전북대 강사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는 i can speak가 I can speak로 바뀌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나는 이 오프닝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소문자 i는 주어(subject)가 될 수 없고 대문자 I만이 주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프닝의 소문자 i에서 대문자 I로의 전환은 주인공 옥분이 어느 시점에서 주체(subject)로 서게 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옥분은 말(영어)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일본군 성노예로서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드러내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영어로 자신을 증언한다. 옥분은 증언이라는 말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한 주체로서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말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체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억압을 받는다는 것이며, 비주체적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말할 자유, 그것의 다른 이름은 민주주의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그것의 실현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를 말과 결부시킨다면 경제민주주의는 곧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잘 알고 있듯이 사회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언젠가부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으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주로 역사 속에서 낮은 사회적 위치를 점해왔다.

 

이는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경제의 작동에서 말을 억압당해온 존재임 의미한다. 동의어는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일단 ‘노동자’라 칭하자.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실현되는 것이다.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기업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기업의 주체가 됨을 말한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이런 기업을 ‘자치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경제민주주의는 자치기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달이 자치기업을 경제민주주의 실현체로 본 것은 자치기업이 기업의 시민이라 할 노동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러한 주장은 달 이전에 짧게 잡아도 18세기 후반부터 하나의 이상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적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동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생산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소비자나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들이 그것이다.

 

바로 요즘 우리 사회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기업도 사회의 구성 부분이므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기업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사회에 올바로 분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이런 기업들의 확산 없이는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조례도 제정했고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두서없이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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