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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없이 에너지 전환 없다

신고리 공론화 설계부터 평가 필요 / 사용후 핵연료 처분 공론화도 예정 / 탈핵 선언 정부서 원전 5개나 늘어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막을 내렸다. ‘공사는 재개하되 원전은 축소하라’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소수 전문가의 독점을 넘어 실질적인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의 진일보라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론화가 아니었기에 아쉬움도 우려도 크다.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탈핵 진영의 고민이 깊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탈원전 시대로의 전환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론화 카드를 꺼냈다. 당연히 찬반 양측 모두로부터 환영 받지 못했다. 원전 축소 자체를 거부하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도 드셌다. 탈핵 정책의 문제점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중단’ 으로 공론화 주제를 좁힌 것도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친 원전 진영에서는 안전기준을 강화한 원전으로 ‘노후원전’을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었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공론화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컸다. 자칫 소(신고리 5,6호기 중단)도 잃고 외양간(탈원전 정책)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탈핵 진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공론화 절차에 참여했다. 사회적 논의와 학습을 통해 ‘탈 원전’ 사회의 모습을 국민과 함께 그려보자는 판단에서였다. 촛불 권력을 위임 받은 문 대통령의 탈핵 정책에 힘을 보태려 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우군이라 믿었던 정부와 민주당은 기계적인 중립을 앞세워 움직이지 않았다. 공론화 위원회도 여러 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실수와 잘못을 했다. 공론화의 설계, 절차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꼼꼼하게 짚어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 공론화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 8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근거해 신고리 건설 재개 36.6%, 건설 중단 27.6%, 판단 유보 35.8% 비율대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그런데 당시 공사 중단을 두고 주요 여론조사는 찬반 의견이 오차 범위 내 박빙이었다. 그럼에도 9%나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하나만 놓고 찬반을 배치했다.

 

연령대 별 비율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도 60년 이상 위험과 불안을 안고 살 10대 청소년의 권리는 시민참여단에서 배제 당했다. 그런데 미래지향 보다는 보수적인 경향성이 있는 60대 이상은 인구 비율대로 가장 많은 109명이 배정되었다. 자연스레 건설 재개 주장도 7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상이지만 20대, 30대, 50대 의견이 정반대로 바뀐다 해도, 60대 이상의 의견이 그대로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방식이라면 통일 안보, 복지확대 등 정치적인 사안과 밀접한 공론화는 60대의 의견 분포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원전의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 아래에서 고통 받아온 밀양 할매들의 통곡과 원전 주변 주민들의 배신감 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을 두 번에 걸쳐 지지했다. 그런데 결과를 수용한다는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이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 대통령은 에너지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탈핵’ 없이 ‘에너지전환’ 은 없다. 탈핵 선언한 정부에서 원전 5개가 늘어난다. 또 다음 정부로 짐을 떠넘길 것인가.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서 건설 중단 비율이 높았던 40대와 호남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대답을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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