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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생각한다

국가적인 대형 참사 / 시민·방문객에 각인 / 고통 나눔의 장소로

▲ 김정원 다른미래협동조합 이사·전북대 강사

점심시간에 함께 일하는 동료와 식사를 하러 얼마 전에 눈여겨 본 식당에 갔다. 식당은 북적댔지만 다행히 자리가 났고 우리는 앉아서 습관적으로 식당 안의 TV를 쳐다봤다. TV 화면에 비쳐진 것은 가라앉고 있는 배였다. 그 순간은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다. 해경이 출동했고 이미 탈출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른 대부분의 승객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사고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무능한 국가는 사고를 국가에 의한 살해로 바꿔놓았다.

 

지난 11월 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남문 광장에 위치한 전주 세월호 농성장은 1170일을 맞이했다. 이 날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법안 통과를 위한 거리서명받기 활동을 했다. 지금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곳은 서울의 광화문을 제외하고는 전주가 유일하다.

 

그래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그 자체로 예외적인 역사이다.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 중 참사의 희생자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문 광장의 한쪽을 차지하고 불을 끄지 않은 채 서명을 받고, 리본과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몇 명이 나오는지에 관계없이 매주 수요일 밤에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 안되는 일이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시간은 때로 무심하다. 세월호 참사는 어느덧 몇 년 전의 과거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이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점차 흐릿해져간다.

 

그래서 사실의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며 질문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세월호 참사를 시민들에게 반복해서 확인해주고 있다. 안산도 아닌 전주에서 참사 당사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이들이 3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를 반복해서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의미를 세월호 남문 농성장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서 찾고 싶다.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공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나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고통은 나의 경험이 되며, 이제 나도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때부터 피해자와 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야 하는 동행인이 된다.

 

그런데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이 동행을 확장시킨다. 전주 시민 뿐 아니라 관광을 온 경주 시민이 전주에 와서 연대의 현수막을 건다. 부산에서 온 학생이 세월호 남문 농성장에서 서명을 하고 간다.

 

용인에서 온 가족은 세월호 리본을 가방에 달고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간다. 이처럼 확장된 동행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힘이 될 터이니 결국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고통의 나눔을 통해서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만드는 공간인 셈이다.

 

11월 23일이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된다고 한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세월호 문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향한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그 변곡점을 앞두고 전주에 세월호 농성장이 아직도 있음을 시민들이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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