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뿐 실천하지 않으면 부뚜막의 소금 넣지 않고 음식의 간 맞기 바라는 것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그 작은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만든다.
작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꾸었다. 처음 떨어지는 빗방울, 처음 밝혀진 촛불은 그저 나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모여 바다를 만들어 내고,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보탬이 준 효과다.
지난해 11월 20일 전북도청 다목적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0도에서 출발해 100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 온도탑이 언제나 다 오를 수 있을까 조바심으로 지켜봤지만 코흘리개 어린이의 저금통이 부서지고 독지가들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온도탑은 정상을 향해 점점 타오르고 있다. 이 온도탑이 완성되는 날, 우리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에 쓰여 질 것이다. 이는 곧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작은 것은 큰 것의 시작이었음을 웅변하여 주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에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있다. 17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지는 기부천사의 모습은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나눔의 가치를 알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를 통해 이웃과의 나눔이 더욱 고귀한 가치임을 깨닫게 된다.
태안 앞바다를 시커멓게 뒤덮었던 기름때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제거되었다. 누구랄 것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태안 앞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나눔과 보탬이 준 결과다.
얼마 전 충북 제천시의 화재현장에서 위급한 상황에 사다리차를 끌고 나타나 3명의 귀한 생명을 구한 의인 이양섭씨의 이야기가 화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장 값지게 사용한 나눔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가끔 이어지고 있고 이런 선행 사실을 접하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하지만 실천에는 사실상 망설여지기 일쑤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부뚜막의 소금을 집어넣지 않고 음식의 간이 맞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전북에도 노인복지시설을 비롯해 아동시설, 불우시설 등 보탬과 나눔이 필요한 곳이 산재되어 있다. 보탬과 나눔은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그것을 행한 사람에게는 기쁨과 행복을 준다. 어쩌면 받는 자가 느끼는 기쁨보다 베푸는 자의 기쁨이 더 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이 공존하면서 행복한 공동체가 형성된다.
필요할 때 서로 힘을 합하는 것이 보탬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는 것은 나눔이다. 보탬과 나눔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며 필요로 하고 있다. 나눔은 많이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나눔이다. 보탬도 나눔과 마찬가지다.
자기 잇속을 다 챙기고 나면 나눔과 보탬은 실천할 수 없다, 많고 적음에 연연할 필요 없이 마음을 다 하고 정성을 다 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보탬과 나눔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나 제천 화재현장의 이양섭씨와 같은 의인들처럼 나눔과 보탬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도민들이 많아질 때 행복한 전라북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기에 그 바람을 새해 벽두에 희망으로 담아본다.
△이기선 센터장은 전북도 자치안전국장, 전주시 완산구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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