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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을 우리의 말하기, #With you 필요하다

반성폭력 문화 만들려면 의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구체적 제도개선 따라야

▲ 노현정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지난 3월 10일은 탄핵 선고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박근혜 탄핵 전북대책위를 마무리하며 상황실 활동가들과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촛불 시즌2가 펼쳐지면 그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촛불시즌 2가 아닌가 싶다. 사실 지난 촛불들의 과정을 돌아보면 광우병 반대로 시작되었던 촛불소녀의 외침과 탄핵정국 시기 박근혜 탄핵, 여성혐오 반대를 외친 여성들은 연결되어 있다. 더불어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과제에서 그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여성·소수자 과제로, 삶과 연계된 구체적인 이슈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혹자는 이 #MeToo를 들불처럼 번진다고 표현을 한다. 실제 전북지역의 문화예술계, 대학 등도 예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SNS, 대나무 숲, 이메일과 상담전화를 통해 자신의 성차별, 성폭력 경험을 용기 내 말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이젠 여성문제가 아닌 남성문제다. 시대가 바뀌었고 시민의식이 성장했지만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았던, 그래서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은 성적매력이 있어야 하고 무조건 순응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회 속에 여성을 희롱하고 때리고 성폭력을 행사했던 그런 남성들의 문제인 것이다.

연일 포털 사이트에 유명인들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고, 그럴 사람이 아니네, 여성이 문제가 있었네, 악플이 달린다. 인간성은 참 좋은데 나쁜 손이 문제야, 그 조직의 특수문제인 거지, 권력관계에 의한 거네. 이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 미투가 터져 나오는 순간부터 성폭력의 원인은 한 개인의 나쁜 손버릇의 문제, 악마 같은 가해자의 악행, 특정 조직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시적인 봉합을 꾀할 뿐이다.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연루된 의미 투쟁의 과정이다. 펜스룰 또는 SNS에서 떠도는 해괴한 미투 대처법들은 여성들을 역차별하고 미투를 희화화하고 있다. 이런 방법들로는 그 무엇도 해결될 수 없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성별(gender) 자체가 위계적 관계로 구성되어 있고 성별권력관계와 무관한 권력형 성폭력이란 개념은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하다.

그런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공동체 문화 자체에 대한 점검과 근본적인 개선의 노력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지속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계속 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어 가려면 미투를 특이한 사건으로 자극적 소비를 할 것이 아니라 더 긴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나의 가해자성에서부터 성폭력 문화를 종식시킬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제도적 개선을 책임 있는 단위와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도달해야 한다. 이제 겨우 한 달이 되어가는 데 언제까지 갈 것 같아요? 라고 묻는다. 당장이라도 언론매체에선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 여성들의 말하기는 계속 될 것이다. 어제 서울 청계천 광장에선 1박 2일간의 #미투 필리버스터와 문화제가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오는 목요일 여기 전주에서도 여성들이 모여 외칠 것이다. 내가 기억한다. 내가 증거다. 달라질 세상은 우리가 만든다! 우리는 세상이 변할 때까지 계속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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