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07:3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기브 미 초콜릿! 그리고 부황

100섬의 과욕이 아닌 콩 한쪽의 나눔 통해 다 함께 사는 사회를

▲ 이기선 전북자원봉사센터장

“헬로우 ~ 기브 미 초콜릿 !”

6·25 동란이후 미군들이 탄 트럭의 꽁무니를 맨발로 쫓아간 아이들이 있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이들은 주린 허기를 달래려고, 또는 신기해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내달렸다. 어른들은 “아서라 ~ 배 꺼진다”고 혀를 끌끌 차면서도 적극 막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뛰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말뜻조차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겠지만 그 시절에는 부황 (浮黃 )이라는 말도 자주 입에 오르내렸다. 부황은 오래 굶어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되는 병을 말한다. 일은 죽도록 하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부황이 들어 퀭한 눈으로 양지바른 담벼락에 반쯤 누워있는 모습이 일상처럼 펼쳐졌다.

‘군 입’을 하나라도 덜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도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있다. “제 먹을 것은 타고 난다”라는 위로의 말이었다. 식구가 늘어나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키워야 하는 부담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말들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도 늘어나는 인구를 줄일 요량으로 대대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마을마다 부녀들을 대상으로 피임교육을 실시해 실적을 평가하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수술을 권장하며 훈련 면제를 포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40~60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좀 도리쌀’을 모으는 등 저축을 생활화했다.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 월남에 파병된 장병들은 외화를 벌어들였고 젊은 누이들은 가발공장이나 봉제공장에서 품을 팔아 동생들을 교육시키고 살림을 보탰다. 그런 힘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국가의 위상은 이제 웬만한 나라는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한국의 수출품은 명품의 반열에도 오르게 되었다. 이제는 ‘기브 미 초콜릿’이나 ‘부황’이라는 말은 우리 곁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고 ‘원 달러 프리즈’를 외치는 빈민국의 어린아이들을 가엽게 여기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세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가 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우리들의 마음과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처절하게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는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불행하게도 2018 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에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다. 내 몸을 편히 눕힐 수 있는 공간과 따뜻한 옷,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하루 세 끼의 밥조차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런 이웃들을 위하여 국가와 자치단체별로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의 주민들을 발굴하고 긴급 지원에 나서는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다행한 일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전라북도 자원봉사센터에서도 각계각층의 재능을 가진 봉사자들의 참여로 의식주(衣食住) 해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옷을 제공해 주고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반찬과 식량을 나누며 잠자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주택 점검과 보수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최소한의 의식주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가까운 이웃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속담에 ‘99섬을 거둘 때 한 섬을 더 채워 100섬을 가지려고한다’라는 말과 ‘콩 한 조각도 나누어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금 100섬을 가지려는 과욕이 아닌 콩 한쪽의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도 귓전에 남아있을 듯한 ‘기브 미 ! 초콜릿’이 사라지고 ‘코리아 좋아요’라는 외침이 이웃과 함께하는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 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