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뉴스·승객과 소통
세상사 누구보다 잘 알아
지선 후보자들 배워보라
택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19년의 일로 그 역사가 100년을 헤아린다. 초창기 택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요금이 비쌌기 때문에 아무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기록에 따르면 쌀 한 가마니의 가격이 6~7원 하던 시절에 택시를 한 시간 대절하는데 6원이었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만한 가격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택시는 특별한 권력이나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결혼이나 환갑 등 큰 행사를 치를 때 과시용으로 대절하거나 지방의 큰 부자들이 서울 여행을 하는 경우 가끔 이용하는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초창기 운전면허를 따는 것조차도 매우 어려웠으니 택시기사들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후 택시가 늘어나면서 일반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가용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택시다.
필자가 택시를 탔던 최근의 이야기다. 택시를 타자마자 은발의 택시기사님은 40년 무사고인 자신의 이력을 자랑스럽게 꺼냈다. 이어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되는 ‘미투 및 갑질 사건’에서부터 지역의 크고 작은 일들과 연예계 소식, 심지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으로 화제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기에 전북의 지난날들을 재생시켜내기도 했다. 1980년대 초에 전주역(驛 )을 옮기면서 남겨진 철도부지가 매각되었던 일에서부터 김제공항유치가 무산되었던 일, 과거 한옥마을과 변화된 오늘의 한옥마을을 비교까지 하면서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에 가끔은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떠도는 이야기를 사실인 양 더하여 이야기하기도 하였으나 그의 이야기는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여론과도 같았다. 그의 탁월한 식견과 분석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택시기사님의 하루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라디오를 틀어 놓고 세상과 소통한다. 누구보다도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명씩 타고 내리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승객은 학생부터 회사원, 자영업자, 주부, 공직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을 포괄하고 있다.
다양한 승객들과의 교감 속에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승객을 만나면 이야기가 더 깊어지게 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전문가’가 되었다. 그가 풀어내는 지식과 경험담, 분석력은 책을 통해서나 학교에서 얻은 것을 뛰어넘는 현장감이 살아 있어 더 좋아 보였다. 여기에 서민들의 진솔한 생각까지 더 하여 있으니 달리는 백과사전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교묘한 논리와 말장난에 가까운 언사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극히 일부 정치인이나 패널들을 접할 때면 지면을 덮거나 채널을 돌려 버린다. 분명 진실은 하나일 터인데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점잖은 어투나 문구로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그들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볼 때면 차라리 육두문자를 쓰더라도 진실에 가까운 말을 전하는 택시기사님들에게 더 깊은 신뢰를 보내고 싶다.
얼마 전 송광호씨 주연의 영화 택시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의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신기자와 국가권력에 스러져가는 시민들의 참상을 외부에 알리려고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약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하였다. 비록 영화 속의 장면들은 각색이 되고 약간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의와 진실을 향한 한 개인의 노력은 오히려 영화보다 더 깊고 컸다. 얼마 후면 6·13지방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후보들 각자가 새 시대의 리더는 바로 자신이라며 시민들의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필자는 후보자들이 진정 지역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 현장에 나가 가공되지 않은 진솔한 택시기사님들의 이야기 듣기를 권해본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주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과 아이디어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날마다 접하는 경험담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현장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해 자신을 다 던지겠다고 외쳐대는 후보자님들께 임금이 평복을 입고 궐 밖에 나가 주민들의 삶을 살피던 성군의 모습으로 택시기사님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를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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