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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주도성장과 1억원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을 역설하며 한 아이를 출산하면 2000만원의 출산장려금과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 연설의 골자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출산장려금 외에도 신생아 1명당 성인이 될 때 까지 20년간 총 1억원을 월정액으로 지원해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당장 용어선택측면에서 정치적으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맞불을 놓고자 하는 의도로 읽혔다.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이 정부가 편성한 올해 예산으로 0~5세의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올해 7월부터 아동수당 10만원을 지급하고자 했으나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며 반대했다. 가구소득 상위 10%를 제외시키고 지급시기 또한 9월로 연기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해 겨우 이번 달부터 선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그동안 보육이나 급식, 청년수당 등 국가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해 온 터였다. 그랬던 자유한국당이 급작스럽게 더 큰 액수의 지원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니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1억원의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기름을 부어댄 사건은 또 있다. ‘부모세대들이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아이를 많이 낳았겠는가? (출산이)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 낳는 것을 꺼리는 거 같다’고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자유한국당 김학용의원은 청년들이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어느 청년이 이에 반박하는 글을 썼다. ‘재난이나 전쟁이 아닌 출산이 청년들의 행복을 방해할 정도로 어렵다. 출산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이 출산을 하기에는 너무 나쁘다. 나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취업이다.’

출산주도성장의 후폭풍은 거세었다. 각 정당들의 정치적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여성의 출산이 국가성장의 도구냐’며 여성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때가 있었고 ‘아이 낳아 애국하자’거나 ‘국가성장’의 주춧돌 쯤으로 출산과 여성의 몸을 여기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발끈했다. 1억원이나 청년들의 가치관과 관련된 발언은 몰이해로부터 비롯되어졌다고 보여진다. 출산기피 현상이 여성들이나 청년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출산가능한 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지속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고 살 집이 없고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고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곳도 없기 때문에 출산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열정이나 노오력 그리고 가치관 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구조적으로 복잡한 문제이다.

한편 제안의 진정성이나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표현상의 문제는 있겠으나 이 지점에서 우리사회가 아이나 부모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동청소년을 시작으로 기본소득개념의 논의를 진전시켜보자는 취지이다. 치밀하게 설계된 1억원은 분명 사회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논의가 건전하게 진행된다면 복지선진국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포퓰리즘이나 복지병이라는 외침들은 다시 듣고 싶지 않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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