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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불모지 전북에도 희망 보인다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본보 객원논설위원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본보 객원논설위원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본보 객원논설위원

태평양 하와이에서 월동한 혹등고래(흑고래, humpback whale)는 여름이면 4000km를 여행하여 알래스카 북극해로 찾아온다. 혹등고래가 알래스카 바다에서 보내는 여름 몇 개월은 소중한 포식의 계절이다. 혹등고래는 청어·크릴새우·연어가 풍부한 북극해에서 영양분을 축적하고, 다시 번식을 위해 따뜻한 하와이 바다로 돌아간다.  

혹등고래는 ‘버블넷 피딩’이라 불리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사냥을 한다. 청어 떼를 발견한 혹등고래는 혼자가 아닌 1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협동작전을 펼친다. 혹등고래 무리는 청어 떼를 두고 나선형으로 선회하면서 거품을 내뿜는다. 거품은 수면을 향해 원기둥형 벽처럼 올라가게 되고 청어는 바닷속에 나선형 벽 속에 갇혀 버린다. 거품을 무서워하는 청어 떼는 그 벽을 감히 돌파할 수 없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 위를 향해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솟구쳐 오르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바로 혹등고래의 입이다.

인간이나 기업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여행을 한다. 지역의 시장 규모나 인구수·사회간접자본 등을 따져 어느 곳이 최적지인지 살핀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고 앞뒤를 재며 그 시너지 효과를 예측해 투자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7월 건조물량 부족으로 폐쇄, 울산조선소로 합병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도 지난 5월 경영 부실로 가동을 시작한 지 2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일부 부품생산을 위해 9월 들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내년 9월까지 한시적이다.  

문제는 전북 지역경제다. 한때 5000명이 넘던 군산조선소 인력 대부분은 직장을 잃게 됐다. 협력업체들도 문을 닫으며 근로자들과 그 가족 수만 명은 결국 생계가 막막해졌다. 경제 논리를 내세운 기업들이 발을 빼며 지역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모양새다.

왜 전북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는가. 지금까지 대기업에만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쟁력 있는 참신한 중소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투자 불모지인 전북에 희망이 보이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최근 새만금산업단지내 제1호 외국투자기업인 일본 도레이사가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2단계 공장증설 투자계획을 내놨다. 더 많은 기업유치를 위해 하루속히 새만금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항·항만·고속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경제자유구역 물류가 원활히 흐르게 해야 한다.

또 남원에 전북 첫 관광단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민간개발자인 신한레저(주)가 오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 1903억 원을 투자해 워터파크·가족호텔·골프장·전통문화테마시설 등이 갖춰진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최근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제 지역민들도 뜨거운 사랑과 관심으로 그 기업이 향토기업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앞으로 중앙 정부나 정치권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하루속히 전북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육성·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링거 꽂은 전북 경제를 살릴 수 있다.

혼자서는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고장난명(孤掌難鳴 : 외손뼉만으로는 소리가 울리지 아니한다)’의 지혜가 담긴 혹등고래의 협동 사냥법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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