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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과 강제의 이분법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며칠 전 우리지역 여성단체가 주관하는 큰 국제행사가 열렸다. ‘성매매합법화와 성구매자처벌법의 같은 목적과 다른 정책이 가져온 여성인권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제로 국제전문가를 초청해 진행된 포럼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대표적인 국가 네덜란드와 소위 노르딕모델이라 일컬어지는 성구매자처벌법이 강력한 스웨덴의 여성인권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합법화 한 이후 성매매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법률적으로는 불법이었지만 암묵적 용인이 있었다고 한다. 합법화는 성매매과정의 착취는 철저하게 규제하고 성매매근절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미성년자 유입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성매매여성의 지위보호를 위한 노력과 범죄조직과의 관계차단을 위한 감시,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성매매를 규제한다는 주요목표가 확실하다. 법의 잣대 또한 ‘자발적인가 강제적인가’와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철저한 구분이다.

그렇다고 합법천지는 아니었다. 불법적인 많은 사례들이 있고 합법을 가장한 범죄조직과 연루된 성산업카르텔이 만연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대다수는 성산업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많은 도시들에서는 현재 집결지를 폐쇄하거나 성매매를 금지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나라에서 합법화의 목적은 성산업을 인정하겠다는 것보다는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들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있다.

스웨덴은 성구매자처벌에 우선 원칙을 고수한다. 처벌법은 전단지나 인터넷 홍보사이트를 보고 전화나 문자 등으로 성구매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요차단을 위해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법은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으며 성을 파는 사람은 대부분 착취를 당하는 취약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단단하다고 한다. 성매매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실현시키고자 선망하는 노르딕모델이다.

‘성산업과 민주국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신념으로 입법은 물론이고 성구매를 멈추게 하려는 노력, 경찰들을 대상으로 ‘이 법은 유효하다’를 알리는 활동 등을 꾸준히 펼쳐온 사회적 효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했다. 처벌법이 스웨덴에서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성구매자 남성들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연구결과도 보여줬다. 결국은 법제정과 함께 사회적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들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스웨덴의 사례발표였다.

우리나라도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성매매를 보는 사회적 합의나 법집행의 기준이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번 포럼도 성매매근절을 위한 사회적 방향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자발인가 강제인가’의 이분법은 자발과 강제의 범주와 개념의 불명확성으로부터 기인된다고 본다. 여성화된 빈곤의 문제, 위계와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의 문제, 차별과 착취관계 등의 이슈들이 성매매를 바라보는 인식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자발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이슈들이 완전하게 자유로우며 본인의 행위로 초래되는 개인적 사회적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선택이어야 한다. 완벽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선택이 아니라면 모두 비자발 즉 강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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