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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알면 실패하지 않는다

김봉철 전북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김봉철 전북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우리사회는 회계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부족하다. 기업현장에서는 회계실무자가 알아야 하는 업무 정도로 치부되다가 큰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회계실무자 선에만 맡겨둔 나머지 부실 회계자료로 인해 회사의 장기적인 존립기반이 되는 계약 건이 무산되는 일도 있고, 거액의 투자유치가 무위로 끝나거나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입찰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례들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기업 경영인이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 엘리트인 판검사, 변호사들이 기업 관련 소송을 다루면서 회계를 몰라 잘못된 판결이나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회계를 모르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경영진과 협상하는 노조 간부들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볼 줄 몰라 경영성과 등을 오판하는 일도 부지기 수다. 주식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 없이 시세에만 일희일비하는 것도 그런 경우다.

기업의 신규 사업 투자나 일반인의 아파트 구매 의사결정 과정은 엇비슷하다. 얼마를 은행에서 빌려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 장래에 시세는 어떠할 것이고 등등 이것 저것 따져보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 회계다. 사람에 따라 또는 그 사람의 습관에 따라 그리고 회계 지식의 정도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숫자로 표시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단순히 ‘삼성전자가 잘나간다 혹은 어렵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명쾌하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얼마고, 이익이 얼마고, 빚이 얼마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믿음직스럽다.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직원들 중 좋은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수익성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지에 접근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뭘 좀 아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회계는 돈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지식이다. 머릿속으로만 계산하면 쉽사리 잊어버리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회계는 누구나 알 수 있게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누구나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태나 방법, 즉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거짓으로 기록하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회계는 주로 과거의 활동에 관한 것일 수도 있으나 장래 전망과 기대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과거에 대한 기록과 분석은 미래 예측에 대한 출발점이자 좋은 지표가 된다. 그런 의미로 회계를 재무회계와 관리회계로 구분한다. 재무회계는 재무제표를 작성해서 외부에 기업활동 내용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회사 밖 외부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는 까닭에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법적인 규제도 많다.

반면 관리회계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경영자가 경영 의사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회계정보다. 외부의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진실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으면 이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회계는 어려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쉽고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전문가만의 영역도 아니다. 일반인 모두 공유해야 할 수단이고 가치이다. 회계를 소홀히 해 불이익을 받거나 오판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라도 평소에 관심을 갖고 대응한다면 이런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회계를 알면 일상생활에서도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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