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조용한 시골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역사가 있는 이곳은 시원한 느티나무가 있어 동네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심한 태풍이 지나간 어느 날, 학교 설립 때부터 심어져 있던 커다란 전나무 하나가 뽑히는 사고가 있었다.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아팠던지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곳을 지나갈 때면 앞니가 빠진 거 마냥 나무의 빈자리가 그대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운동장에 있던 그네가 보이지 않았다. 학교 정문에는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휀스가 생겼고. 어르신들의 자리였던 느티나무 아래 의자도 사라졌다. 학교 마칠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떠들며 뛰어나가던 그 길은 노란 학원 차와 단체조끼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안전한 하교를 돕고 있다. 어쩌다가 학교가 위험한 곳이 되었을까?
우리는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안전한 학교시설과 교육환경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된다. 일부 학교의 석면 조사 및 관리, 건축물의 지진 피해로 내진보강에 대한 경제성 분석, 화재 예방을 위한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아이들이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과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출입구를 최소화하고 교육자와 학부모가 아이를 인수인계하는 다른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모습을 닮아 가야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아니 그런 시대로 벌써 접어 든지도 모른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여러개의 교실과 천연 잔디 운동장이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넓은 대지와 현재 책정된 건축비의 2배 이상이 비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학교건축은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의 의미와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해야할 교육자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기획해야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구감소로 인한 학교건물은 그 쓰임과 시각에 따라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그 좋은 예로 폐교를 이용해 전시공간을 마련하거나 예쁜 카페가 되기도 하고, 어느 시골 마을에서는 산책코스와 연결되어 있어서 이미 나름대로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기존 교육공간과 철학이 제국주의의 산물이나 정형화된 근대식 건물쯤으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 또한 우리나라 역사가운데 국가 성장의 탄탄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오래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전하고 진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교육이 자리잡게 되었다.
교육철학은 산업발전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추격성장경제에서 선도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맞물려 교육환경 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 소개글에 사람중심 미래교육 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과 공존이 살아 숨쉬는 교육실현 등을 목표로 여러 가지 변화와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의 소득격차나 환경이 교육기회에 영양을 주지 않도록 교권의 존중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철학이 우리의 더 나은 미래학교의 모습이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학교를 위해서는 다양한 디자인을 갖추고 상호간의 연속성과 안전한 환경을 바탕으로 교육자와 학생, 건축가와 업무담당자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질서, 제도, 사상 등이 불안정한 시기를 거쳐 다음 단계를 완성해 가듯이 학교건축과 교육철학도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건축가의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어쩌면 과거보다 더 다양성을 추구하고 안전한 학교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