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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설자리를 잃어 간다

김봉철 전북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김봉철 전북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회계시장의 판도가 변하는 것인지 최근의 감사시장의 분위기가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의 회계감사처럼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조직의 운명이 갈린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삼일회계법인의 항공기부품장비 수선충당금 등에 대한 추가자료 제출요구를 무시하다가 비적정감사의견을 제시 받고 주식거래가 정지되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적자로 수정된 재무제표로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그 여파로 박삼구 회장의 퇴진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의 비적정 감사의견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적정 감사의견이 공식화되었다. 대기업집단의 감사에 있어서 회계사들은 유동성위기 등 어떤 문제가 떠지더라도 그룹차원의 자금지원 등으로 부도가능성이 낮다는 선입견으로 감사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중견, 중소기업과는 다른 잣대로 공식화된 적정 감사의견을 제시해 왔다. 어찌됐건 뒷 백이 있으면 부도가능성은 낮겠지만 오히려 뒷 백마저 무너지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공식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분식회계로 치장된 경영성과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의 성과금 잔치로 이어졌고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격으로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 미래의 매출을 앞당겨 현재의 매출로 인식하는 돌려막기식 분식회계는 그 한계에 다 달았고 결국 그 민낯을 드러냈다. 회사 경영진의 책임은 당연하지만 담당 회계사의 형사책임과 회계법인의 업무정지로 이어져 감사시장에 큰 파급력을 주었고 급기야 신 외감법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간 외부감사인은 자유선임제 방식으로 선정했다. 감사를 받는 대상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회계사를 선정하니 자연스레 갑을관계가 형성되었다. 올해 11월부터 시행되는 신 외감법의 핵심은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상장회사와 비상장대법인의 감사인을 지정한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제도, 핵심감사제도, 내부통제제도 및 감사인의 형사상 책임 등이 대폭 강화된다. 감사를 잘못하면 폐가망신하도록 제도화했다.

회계감사의 사각지대는 아직도 남아있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아파트의 회계감사가 그렇다. 시장질서를 망가트리는 한두명의 회계사와 관리사무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주택관리단체는 소액의 감사비용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한 명의 회계사가 전국의 수백 곳의 아파트를 한 곳당 1,000,000원 내외의 소액을 받고 현장방문과 제출된 숫자만 집계하여 붕어빵식의 감사보고서를 발행했다. 관리사무소는 감사비용을 많이 주면 관리비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포장하지만 그 속내는 적절한 감사비용을 주면 제대로 감사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관리사무소의 면피용 감사보고서는 감사를 안 한만 못하다. 감독권을 가진 지자체에서 감사인을 지정하면 누수되는 천문학적인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회계감사의 품질(효과)은 감사시간과의 절대 함수이다. 물론 감사인의 자질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감사시간을 투입하여야 감사의 효용성이 있다. 표준감사시간제도의 도입 등 감사제도 변경에 대한 기업들의 볼멘소리는 일종의 성장통으로서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과정이다. 분식회계는 범죄이며 우리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회계가 투명해지면 일자리가 더해지고, 기업가치가 더해지고, 국가성장이 더해진다’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회계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 경제가 바로 서는 것이다.

/김봉철 전북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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