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으로부터 강한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통신 네트워크 회사인 화웨이가 아닌가 싶다. 화웨이를 미국 상무부가 수출 제한 기업으로 지정함에 따라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사로부터 부품공급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매우 현명하게 해쳐나가고 있는 화웨이의 런징페이 회장의 지도력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런징페이 회장은 직면한 어려운 상황 앞에 무릎을 꿇기에 앞서 적을 상대로 장기 지구전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회사구성원들 모두에게 싸워야할 목표, 전투에 임하는 자세 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투사에게 필요한 용기를 끊임없이 불어 넣고 있다.
우선,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바탕위에 은색글씨로 ‘우리는 매일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라는 문구를 써 공장 벽면 가득히 채워두어 이를 보는 모든 사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래에 닥쳐 올 끊임 없는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면적이 여의도 2/3에 해당되는 땅에 옥스 혼(Ox Horn)이라는 연구용 캠퍼스를 지어 1만 3000여 명의 연구원들에게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1988년 자본금 360만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100조원 규모의 큰 회사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배경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위하여 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늑대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온 설립자 런징페이 회장의 삶이 배경이 되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눈은 고객을 향하고 엉덩이는 사장을 향하시오. 상사의 눈에 들었다고 해서 승진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십시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화웨이의 전투력만 악화시킬 뿐입니다” 라 말하곤 했다.
그는 전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명장임이 분명하다.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물건 포장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무수한 상흔을 안고 귀국한 소련제 미그기 '블랙스완'을 그려 넣고 “영웅은 태어나지 않고 단련을 통해 만들어진다.”라는 문구를 부착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강인한 결전의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오랫동안 젊은이들을 가르치면서, 과연 공부해야할 목표와 이유 그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상황 앞에서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그들에게 불어 넣어 주었던지 나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면 자신이 없다.
우리 각자는 본인 스스로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가정 또는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사회에서 크든 작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과연 지도자로써의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매 순간 자문해 보아야한다. 나아감에 있어서 올바르게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지, 몰려오는 고난 앞에서 전진을 망설이거나 주저 앉아 다시 일어서려는 용기마저 포기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겉으로 볼 때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무쇠라 할지라도 반복되는 제련과정을 통해 보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자질을 함양시켜 각자가 훌륭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값진 보람을 향유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보아야할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성공에 따른 무한한 영광도 주어지지만, 그 영광 뒤에는 무서운 비판과 무거운 책무가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매순간 잊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를 다그치며 이 아침을 맞는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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