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근로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직장 내 갑질 행위가 보도되어왔다. 사회적으로 많은 공분을 샀던 ‘땅콩 회항’,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우는 것을 의미하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 모기업 회장의 엽기적인 직원 폭행 사건 등 그동안 직장 내 관행이라고 치부되어온 범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런 행동들은 실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갑질 문화’라는 허울 좋은 단어로 포장되어, 피해자에게는 침묵을 강요하고 가해자에게는 회사 경영행위의 일부라는 면죄부를 부여해 왔다.
언론에 드러난 사건 외에도 직장 내에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성추행 등이 만연하고, 현행법 위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근로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수많은 갑질이 존재한다.
그동안 직장 내에서 발생한 갑질의 유형 중 형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된 폭행, 협박, 성추행과 같은 행위는 신고할 경우 처벌이 되어왔으나 현행법 위반의 정도에 미치지 않는 정신적인 괴롭힘은 죄형법정주의상 처벌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직장 내 차별대우, 업무실적 가로채기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는 현실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갑질 문화 근절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던 중 지난 2018년 12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지난 2019년 7월 16일 동법이 시행되었다. 동법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금지되고,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로 규정되어 명시적으로 산재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직장 내 갑질 행위가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판결, 태움 문화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간호사에게 산재를 인정한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동안 판결에서 인정되어온 근로자의 인격권을 법으로 명시하여 보장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군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한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그동안 판례가 인정해오던 근로자의 인격권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과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구체적인 사례를 정리하여 홈페이지와 각 지방관서에 배포하고 있는 점을 살펴본다면 우선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위한 유의미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것이다.
어떠한 법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과 같이, 관행으로 정착된 잘못들을 고치기 위한 노정에는 필요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 등 입법 작용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이란 곳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곳이다. 위 법의 시행으로 직장에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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