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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과 골병드는 국정감사

소병훈 국회의원·경기 광주시갑·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 광주시갑·더불어민주당

또다시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되는 100일 중 20여 일 동안 국회에서는 788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 전반의 운영을 감사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피감기관(753개)보다 35개 기관 늘어난 규모라 기관마다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줄어든 상태다.

한 부처를 감사할 때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1차 본질의 7분, 보충질의 5분이다. 그 시간의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데, 그 이유는 민생현장에서 경청해온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에게 국정운영에 대해 질의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도 매우 촉박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번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검사에게 현직 검찰들에게 검찰개혁의 의미를 되물으며 국민의 염원을 대변했다. 전북도 감사에서는 △새만금 태양광 에너지사업 및 재생에너지 선도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탄소산업진흥을 위한 전북의 대책 △노인 보행자 교통안전관리 강화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어지는 국정감사에서는 서울-경기 광역버스 증차 문제, 저조한 풍수해보험 가입률, 돼지열병 살처분 피해 보상 진행 상황, 성범죄, 고위 공직자 기강 해이, 소방관 정밀건강진단 등 부처에 맞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데에 몇 달간 분주했으며 시간이 부족해 서면질의를 하는 순간들에는 아쉬움이 더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러한 국회의원 직무를 유기한 채 확증편향과 선택적 회피에 매몰된 상태로 국정감사에 응해 장외전을 방불케 했다.

올해 전반기 국감 키워드는 조국 공방이었다. 국회의원인 나도 모르는 사이에‘조국’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국정감사ㆍ조사법」이 제정되었나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모든 상임위 국정감사장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행안위 경찰청, 서울시, 교육위의 서울대, 과기위의 과기부 직할 연구기관, 정무위 금감원 등에서 다뤄지며 민생 국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사전에‘국정’의 개념은‘의회의 입법 작용뿐만 아니라 행정 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함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앙과 같이 순수한 사적사항은 제외된다.’고 명시된 부분도 알고 계시리라 본다. 그런데 국감장에선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궤변들이 나열되는 구태정치로 정쟁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사 조국 의혹 제기로 치러지던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들리자마자 역대급 맹탕국감으로 번졌다. 정쟁을 생존 전략으로 깔고 가던 이들은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조용해졌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겉은 화려하나 텅 빈 속’을 의미하는 이 말만큼 지금의 국회를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말은 없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국민에게 정치혐오와 피로감을 남기는 것이 국정감사의 옳은 결실일까. 아니다. 적어도 입법기관에서 전문적인 정책, 민생을 살리는 입법은 고사하고 제발 사람다운‘품격’과 인간에 대한 ‘존중’만이라도 갖춰 민생을 돌보자. 애초 우리가 국정감사를 하는 이유가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남은 20대 국회에서만이라도 구태정치와 단호히 결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병훈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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